136. 엄마의 구정 트라우마 [+649]  2017.02.03 08:33





     구정 몇일 전


구정 몇일 전만 해도 엄마는 추석때 어마어마하게 컸던 한복을 주섬주섬 꺼내 입혀보고 들떴다. 우리는 시골에도 안내려가고 친정도 시댁도 음식도 거의 안하고 (어머님이 거의 다 해주신다 ^^;;; 늘 감사한;;) 대부분의 시간을 그저 가족끼리 오붓하게 지내기 때문에 이번에도 갈비찜만 양쪽집에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왜 때마다 이 불편한 옷을 입히는거지



구정 당일 전날, 주원이는 신나게 누나 형들이랑 놀고 왔는데 음...? 저녁때부터 몸이 약간 따끈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자정 무렵엔 열이 39도를 찍으면서 해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부터 감기기운으로 코를 훌쩍이긴 했었는데 열감기로 심해진 것. 순간 작년 겨울, 구정무렵이 생각나면서 우리집남자1과 나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열에 몸을 벌벌 떨다가 응급실에 갔었던 작년 겨울, 가와사키로 구정을 포함한 열흘이라는 시간을 병원에서 지내야만 했었는데... 그래도 일단 침착하게 열부터 식히고. 





해열제에 그래도 잘 반응하는지 해열제를 먹이면 열이 떨어져서 잘 놀고 방긋거리다가 해열제 기운이 떨어져 열이 다시 38, 39도로 오르면 요런 모드로....





돌아오곤 했다. 고런 사이클을 무한반복. 결국 시댁은 가지도 못하고 친정 식구들과의 모임도 취소가 됐다. 음... 열감기는 보통 3일이 간다고 하여 3일간은 이렇게 보내야 하겠구나 하고 병원 열기만 기다리며 보냈다. 병원에 가보니 목도 붓고 잇몸도 붓고 코도 붓고 밥을 먹는게 신기할 정도로 이비인 쪽이 다 부어있는 상태였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 엄마한테 찰싹 달라붙어 있었구나. ㅠㅠ 거의 3,4일을 엄마한테 찰싹 붙어 떨어지질 않더니 오늘, 열이 내린지 3일째나 되어 조금 떨어져 있는다. (열내리고 하루 이틀은 더 붙어있는다고들 하더라) 


집에서 못나가는 바람에 몇일간을 집콕한 주원이를 위해 여러가지 재미있는 장난거리를 만들어봤다. 그중 하나가 도시락을 싸서 다른 방으로 소풍가기. 찬합에 씨리얼과 식빵등 주원이가 좋아하는 밀가루 제품 -_- 을 조금씩 싸서 다른 방으로 들고가 먹고, 마루에 나와 먹고. 찬합을 갖고 한참 잘 놀아줬다. 






     그렇게 커간다. 


태어나 두번째 구정을 맞은 주원이가 이번에도 한복입고 세배를 못했다.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올 한해를 위한 액땜이라고 생각해야지, 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거뒀다. (물론 나중에 보면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지만.... 액땜도 이런 액땜이 없다. ㅠㅠ) 


그러는 와중에 주원이는 더 컸다. 아프면 아이들이 더 큰다고 어른들이 말했었는데 주원이는 자발적으로 처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늘 시켜야만 조금씩 걷고 했던 아가가 자발적으로 걷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감동이었다. 설거지 하던 엄마의 치마 뒷춤을 잡아당기며 서서 빙그레 웃는데 그 감동은 이루 말로 다 할수 없었다. 이제야 조금씩 용기가 생긴건가, 아님 집에 너무 있어서 할일이 없어서 시도해본건가... 속 마음이 어찌되었든. 


아가는 아프고, 커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