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엄마도 사람인지라... [+810]  2017.06.28 12:12

오전 11시, 주원이 얼굴에 졸음이 한가득이다. 가을이가 10시에 분유를 먹었으니 한 두어시간은 자겠구나 싶어 얼른 주원이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가 낮잠 재우기를 시도한다. 요즘들어 특히 에너지가 많아진 주원이는 보통 낮잠 자기를 거부하지만, 이 시간쯤 되면 그나마 엄마를 따라 침대방으로 간다. 


한창 재우고 있을 때, 우리 2호기 가을이의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설마... 설마... 조금만 더 자주라, 가을아. 오빠 먼저 재우고 후딱 엄마가 가볼께.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더라, 주원이 눈이 슬금슬금 감기고 있을 때 마루에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으아아아아아앙' ... 이제는 그냥 누워만 있을 수 없어 조용히 가만가만 일어나 마루로 2호기를 돌보러 나오면 ... 어김없이 내 뒤에서 들리는 부시럭부시럭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 거의 다 잠들었던 주원이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엄마가 동생을 돌보는 현장을 감독하러 나와주신다. 


우리 먹보 가을이 2호기를 먹이고 재우고 침대에 눕히자 어느새 30여분이 후딱 지나갔다. 그 사이에 '주원아, 침대로 올라와서 눕자' 를 한 백번은 한 듯하다. 엄마 말을 제대로 껌씹듯이 씹어먹은 주원이는 정말 엄마말이 안들리는 양 신이 났다. 파리채를 휘두르고 침대에서 뛰고. 열심히 참고 참았지만 끝끝내 큰소리를 냈다. 


'엄마가 침대에 가서 누우랬지!!!!!' 


얼어붙은 주원이가 엄마의 큰소리에 울기 시작한다. 대성통곡. 


'엄마는 주원이가 울면서 소리지르면 안들려, 뚝 그치고 얘기하세요' 


멈추지 않는 대성통곡. 


나도 눈물이 나서 울고 있는 주원이를 등지고 돌아누워버렸다. 한참 울다가 울음을 그친 주원이가 등을 톡톡친다. 나도 기다렸다는 듯이 금새 1호기 쪽으로 돌아누웠다. 


'주원아, 이제 뚝 그친거야?'


'응,응'


'주원이가 막 소리지르고 울면서 얘기하면 엄마가 알아들을수가 없어요. 앞으로는 뚝 그치고 얘기하자' 


'응,응' 


'그리고 엄마가 이야기하면 들어주면 좋겠어, 침대에 누우라고 엄마가 얘기했잖아.'


'.....' 


'앞으로는 엄마말 들어줄거지?' 


'응응' 


그렇게 한바탕 낮잠시간이 지나갔다. 1호기, 2호기 다 잠이 들고 나와서 젖병을 닦고 물을 끓이면서 우리 주원이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자꾸만 울컥했다. 2호기가 집에 오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텐데 의연하게 잘 받아들이고 엄마를 늘 기다리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만 자꾸 생겨났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하루하루는 정말 값진, 다시는 오지 않는 하루하루인데 매일 한번은 착한 아들을 대성통곡을 하게 만드는 엄마인 것 같아서 속이 상했다. 잘해야지, 새벽수유를 하며 늘 내일은 더 잘해야지 생각하지만 엄마도 사람인지라... 쉽지가 않다, 아들. 언젠가는 이 날을 생각하며, 이야기하며 웃을 날이 오겠지, 오늘도 이렇게 위로하며 버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