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139] 미운 세살, 예쁜 세살

두 아이의 엄마/아이들과 토닥토닥

2017.10.20 06:57

육아서나 육아지침등을 참고하다 보면 육아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그리고 그런 지침들은 왠지 '내가 잘 하고 있는게 맞나'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나쁜 엄마인가' 하는 자괴감에 들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나라는 엄마는 본인이 자괴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 본인이 살기위해 - 언제부턴가 남의 말을 참고하기 보다는 자기 고집대로 육아를 하기 시작했다. 둘째를 낳으면서는 더더욱. 첫째때는 벌벌 떨던 것들도 '에이, 이정도는 괜찮아' 라며 지나치는 경우가 참 많아졌다. 어휴... 나라는 엄마, 정말 간이 많이 커졌다. 



요즘 내가 가장 힘든 부분은 세살 아이의 훈육이다. 

주원이는 늘 또래아이들보다 느린 편이다. 특히 언어에 있어서, 알아듣는 언어보다 발화는 많이 늦은 편이다. 아들이라 좀더 기다려주기로 했고, 또 늘 그간 또래아이들보다 늦었기에 또 기다려주기로 했지만 본인 스스로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주원이의 발화능력은 아직 단어 수준이다. 단어도 앞글자만 말하는 단어수준. 

기린은 '기' 바다는 '바' 식이다보니 가끔 엄마조차도 '바다'의 바인지 '발바닥'의 바인지 모를 때가 많다. 맥락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그나마 엄마가 제일 잘 알아듣기에 주원이는 늘 말하기 전에 엄마를 찾는다. '엄마, 바바' '엄마 꼬꼬' 최근들어 '시 자' (시은이 자요) 식으로 약간씩 붙여 말하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여전히 주원이는 앞글자만 따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강하게 거부하거나 싫다는 표현을 할 때에는 말이 안되니 일단 울고 소리지르고 본다. 후... 우리 아들 어쩌나. 집에서만 그러면 좋을 텐데, 어디서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아들 덕에 참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당황스럽다. 외출도 조심스러워진다. 이제는 많으면 하루에 세네번, 적으면 하루 한번 정도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엄마에게 혼나고 울고... 엄마도 마음아프고를 반복하며 지낸다. 


어제는 조리원동기 지율이네가 집에 왔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거의 삼년을 함께 첫째 육아에 대한 사항을 나눠왔기에 서로서로 이야기하며 미운 세살의 어려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율이가 주원이의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주원이가 또 소리를 질러대는 상황이 벌어졌다. 

내가 부득부득 이를 갈며 이눔의 자식~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중재를 하고자 후다닥 다가가는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주원이를 지율이가 꼭! 안아주면서 등을 토닥토닥 해주지 않던가. 지율이는 '괜찮아 괜찮아' 라며 주원이등을 토닥토닥 해주었고 주원이는 소리지르는 것을 바로 멈추었다. 뭐지...? 소리지르는 주원이를 늘 다그치기만 했던 엄마는 머쓱해졌다. 육아지침서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던 지율이의 몸소 보여준 행동은 내 훈육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아, 그래. 인정한다. 지율이한테 한수 배웠다. 





그래서 친구가 좋은가보다. 속상한 마음을 더 잘 알아주고 달래주는게 친군가보다. 둘이 마구마구 웃어가며 노는 모습을 보니 주원이도 이제 엄마생활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을 더 많이 해야 할 때가 온듯하다. 둘째 육아 때문에 사회생활이 어려운 엄마는 주원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 뿐이다.




미운 세살보다는 예쁜 세살의 면모를 사실 더 많이 갖추고 있는 우리 주원이는 엄마의 최고 도우미다. 가을이가 침을 많이 흘리면 '침!침!' 이라며 수건을 가져와 닦아주고 기저귀도 가져다 주곤 한다. 빨래도 한가득 일 때에는 얼른 달려와 빨래를 너는 곳까지 함께 가져가기도 한다. 


엊그제는 가을이 분유를 먹이다가 가을이가 먹는게 더뎌지자 옆에 잠시 빼두고 할일이 생겨 집안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을이가 꿀꺽꿀꺽 분유를 넘기는 소리가 들리고 있어서 뭐지? 하는 마음으로 쳐다보니... 







우리 큰아들이 가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하하하. 그리고는 '엄마, 이것좀 보세요, 이렇게 다 먹여야죠' 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가 하는 행동은 열심히 다 따라하고 하루하루 - 더디지만 - 열심히 크고 있는 우리 아들 - 미운 세살이라기 보단 예쁜 세살이라고 불러주고 싶다. 



하아... 새벽녘에 혼자 앉아 블로그를 하는 시간도 끝났구나, 

이제 육아 출근! 오늘도 힘내봐야겠다. 이세상 모든 육아 엄마 아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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