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편입일기

* 편입의 추억 - 나는 이방인 '편입생' 입니다.

lifewithJ.S 2015. 10. 30. 11:41



나는 이방인 편입생 입니다. 





이렇게 합격이 되고 나서의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본적이 없어서 '나이 많은' 편입생으로서 어떤 점을 느꼈고, 어떤 점은 힘들었으며 어떤 점은 행복했었는지, 가감없이 솔직하게 써보고자 한다. 이미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ㅋㅋㅋㅋ 시작이긴 하지만 (이미 지루하다고 느끼셨다면 창을 끄세요 걍 계속 이런 이야기 주저리주저리 거든요) 지금도 많은 나이에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또 미래에 이 글을 읽고 감회가 새로울 나를 위해 글을 시작한다.

 


 

랜 생각 끝에 편입을 결심하다

 

내가 지금 나이 서른 둘에 편입을 하여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하면 처음으로 사람들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왜????????(물음표 백만개까지도 가능)' 라는 것과 '뭔가 엄청 실력이 없어서 취직도 개뿔 못하나보다... 불쌍' 이라는 생각일 것이다. 두가지 생각 다 떠오를 수 있다고 이해한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풀어보면 그렇게 '왜?' 스럽지도 않고 그렇게 못배웠거나 능력이 없지도(진짜? ㅋㅋㅋ) 않다.

 

나에게는 꿈만 같았던 호주에서의 모험을 끝내고 돌아와 구직을 시작했다. 나름 한국에서 알아준다는 S대 ㅋㅋㅋ 교육학과를 나왔고 영어교육 석사 전공까지 마쳤다. 우리나라에서 절대 죽지 않는 산업이 영어교육 산업이라고 했던가, 생각보다 학원강사나 연구직은 자리가 있었다. (역시 이 취업난에도 영어교육계는 살아있다) 몇번의 잡 인터뷰.. 그런데 내 마음은 희한하게도 호주를 떠나오질 못했다. 특히 호주에서의 맹장수술 경험과 거기에서 만난 간호사는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호주호주'를 입에 달고 사는 나를 보고 처음으로 아빠가 해외에 가서 지내고 싶다면 차라리 간호사를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살짝 제의를 하셨다. 맹장수술을 하면서 한 남자 간호사에게 감동을 받았던 나는 아버지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고 의료 통역보다는 역시 사람을 대할 수 있는 간호사를 선택하자고 생각했다. 


해외에 나가서 지내고 싶은 것이 주된 이유라면, 그놈의 해외가 머길래 그 좋은 학력과 경력을 다 버리고 거기 가서 지내고 싶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을 해야할 것 같다. 한국이라는 우물안에 살던 개구리가 밖으로 나와 세상을 볼 기회를 얻었었는데 다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갑갑하겠는가. ㅋㅋ 그거랑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들어갈 수는 있으되 들어가기 싫어하는 개구리마냥 한국에서 적응을 못하고 있던 내가 해외에 나가서도 여기저기서 잘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싶단 생각이 들었고 (그건 영어 교육은 절대 아니니 말이다) 그러한 기술은, 그 지식은 전세계에서도 인정받고 통용되는 것이여야 했다. 그게 바로 간호였다. 또한 그 기술을 위해 대학에라도 다시 들어가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비하는 시간동안...


다행히도 대학에 다시 들어가 공부하려면 '편입'이라는 제도가 있어 진짜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 보다는 약간 덜 공부해도 되는? 신입생으로는 안들어가도 되는 (진짜 천만다행)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편입 공부라는 것을 시작하려는데 머, 만만하게만 생각했던 공부가 뜻대로 되질 않았다. 영어를 전공했고 외국인들과 전혀 문제 없이 의사소통하고 해외에 나가서 유치원에서 일도 했는데!!! 내가!!!!! 편입 기출문제들을 프린트 아웃하여 풀어봤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 단어수준은....................................... 정말 할말을 잃게 했다. 이걸 수준이라고 해야하나? 처음엔 엄청 욕을 했다. 머 이래, 쓰지도 않는 단어네 이거 다 외워야돼? ㅁㄴ어ㅏㅣㅁㄴㅇㅁ러ㅏㅣㅁㄴ얼 석사 공부를 통해 그래도 공부에 일가견이 있는 나였지만 머 정보도 없고.. 벌써 7월이고.. 한달을 어영부영 혼자 도서관 가서 멍때리다보니 8월이 되었고 그제서야 이크, 안되겠구나 싶어 1. 정보를 얻고 2.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난 독하지못하니까) 3. 나름 배울 것도 있겠다 싶어 학원을 찾았다. 셋중 어느 것에 가장 효과적이었냐고 묻는다면 단연 1번이다. 그렇지만 2,3번에도 꽤나 도움이 되었어 :) 




내 편입 고시생의 생활 글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학원에서 고생좀 했다. 처음엔 새벽반이 자신 없어 오전반을 끊었다. 학원에 들어가서 일단 너무 늦은 입학에 적응을 못했다. 머 이미 룰을 다들 알고 이미 공부 할만큼 한 친구들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모르고 멍때리고 있는 학원 신입생이었고 이제서야 어디 껴서 스터디도 못하고 ㅠㅠ 게다가 나이를 밝히자니 이건 너무 부끄러워서.... (대학 편입을 위해 학원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중반정도였다) 첫 담임쌤이 여자분이었는데 그 분도 나한테는 존댓말을 써가며 어려워 하시는 눈치였다. 


오전반은 나쁘진 않았지만, 그 반이 중간에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하는 바람에 반을 옮겨야했다. 같은 오전반으로 할까 하다가 나 자신을 더 타이트하게 잡기 위해 새벽반으로 옮겼다. 지금와서 하는 얘기이지만, 또 사람마다 공부하는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정말 빡세게 준비하고 싶은 사람은 학원 새벽반을 추천한다. 어떤 사람들은 밤 늦게 공부하는게 맞는다고 하는데 결국 시험 보는 것은 아침시간이니까, 차라리 새벽부터 나 자신을 가다듬으면서 오전에는 최상의 컨디션과 머리 상태(?)로 시험에 임하는 게 나.에.게.는 좋았다. 


새벽반 담임쌤 이야기를 하면, 남자분이었고 지금도 사실 꼭 한번 찾아 뵙고 싶은 분 중 한분인데. ㅋㅋ 난 늦게 들어와서 상담이고 머고 해본 적이 없었다. 대신 반을 옮겨 열심히 지각한번 안하고 다녔으니 눈에는 띄었으리라 생각한다. 12월이 다되어 갈 무렵 담임쌤이 어느날 상담신청 받는다고 하여 나도 해보자! 처음이자 마지막 상담. 웬지 빈손으로 가기 좀 그래서 쥬스를 한잔 사들고 (사실 빈손으로 가는게 맞긴 하다는 ㅋㅋ무슨 어머니기질이 발휘된건지  멀 사들고 갈 생각을 했었던지) 담임쌤을 찾아갔다. 늘 나에게 반말을 하던 담임이 나를 앉혀놓고 정보를 스스슥 컴퓨터로 훑는다. 내가 부끄러워 하며 "아 제가 나이가 많아서 (부끄부끄^^^^^)" 하며 쭈뼛쭈뼛했더니 담임쌤 "아... 그러게... 그러네요... 저랑 동갑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반말을 하셔야 할지 존댓말을 하셔야 할지 망설망설이시다가 막 섞어 쓰셨던 그 순간이 얼마나 지금까지도 뇌리에 박혀있는지, 평생을 가도 잊지 못할 순간이다. 그래도 제가 학생이고 담임 선생님이니까 편하게 하시라고 하고 상담을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가서 '친구야!' 한마디 해주고 싶은데. ㅋㅋㅋㅋ 




디어.....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험이 시작되고 첫 고대시험은 정말 조마조마조마조마 하면서 보았지만 그 이후로 좔좔 쏟아지는 시험들 때문에 긴장감을 잃었던 건 사실이다. 정말 이러면 안되는걸 알면서~ 왜그랬을까~ 정말 이러면 안된다. 끝까지 다들 긴장감을 늦추면 안되는데 중대 시험, 이대 시험을 봤을 땐 참 긴장감을 많이 잃었다. (다른 분들은 그러지 마시길) 난 대략 일곱군데 적었던 것 같은데, 학교별 후기와 느낌의 정리는 담번에 올리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추운 겨울이 다 가고, 찬바람이 잦아들 무렵에 2군데를 제외하고 모든 학교에 합격한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 하나하나 합격 여부를 확인하는게 얼마나 짜릿하던지. 그렇게 하여 드디어, 내가 그렇게 소원하던 편입을! 하여 대학교에 또!!!!! 입학하게 되었다. ^^^^^^^^ 


뭐, 보통 편입 후기들 보면 여기가 끝이다. 그런데 사실 남들이 끝인 줄 아는 여기가 시작이다. (이렇게 늦게 시작하여 죄송) 여기 이후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고 이후의 시간들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왜 이렇게 이야기 하냐면... 나는 여기 이후의 시간들에서 내가 '편입생'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그러한 상황 하나하나를 감정적으로, 상황적으로 얼마나 잘 컨트롤 해야하는지, 또 그게 '나이많은' 편입생의 성공적인 요소가 되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방인 편입생.. 그리고 이렇게 해보았더니...?


학교에 처음 들어왔을 때, 몇몇 편입 선배들과의 만남을 누군가가 주선하여 그들을 만나게 되었다. 편입생이지만 사실 신입생과 다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리버리 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 (편입생들), 조언을 해줄 누군가가 확실히 필요했다. 사정상 나는 그 편입생 선배들과의 모임에 참석할 수는 없었지만 정확한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진 못했다는 것. 약간의 부정적인 의견과 함께 약간의 팁정도 받았다고 하면 될 것 같다. 


편입생들끼리의 네트워킹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 일단 편입생으로 들어오게 되면 '알아서 잘 찾아먹기' 가 상당히 중요하다. 물론! 내가 나이가 약간 더 어렸다면, 못해도 이십대 중반 정도만 되었어도 학교에 있던 헌내기들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오리엔테이션도 열심히 참석하고 머, 그랬을 것 같은데 솔직히 30대가 되어 그들 사이에서 하하호호 한다는 것은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 


구지 내가 이 학교에서 나이 많은 편입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이방인'이다. 학기 초에 수많은 동아리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려고 안달이 났지만 나이제한이 있었다. 신선한 새내기들만 모집하더라 ㅋㅋㅋ 한번 들여다 봤다가 절망하고 걍 포기했다. 수강신청도 쉽지 않다. 1학년 2학년의 필수과목이 같은 시간에 있는 경우도 있다. 최대한 학교측에서 그렇게 안되도록 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겹치게 되면 곤란에 빠지게 되는 편입생들이 반드시 속출한다. 또 3학년으로 입학하여 1,2학년 과목을 듣고 있으면 한번씩은 다들 물어본다. 그러므로 '편입생'의 딱지를 뗄레야 뗄 수가 없는게 나이많은 편입생의 비애다. 물론, 당연히.........얼굴에서도 차이가... ㄷㄷㄷㄷ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그래서 얘기한다, 편입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알아서 잘 찾아 먹기' 라는 것이다. 과사를 찾아다니고 학교에 전화해보고 여기저기서 정보를 알아서 찾아 들어야 한다. 편입생에게 불리한, 유리한, 나쁜, 좋은 정보들이 많고 해당사항이 있는 경우도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편입생들은 사람들을 귀찮게 하더라도 계속 학교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나에게는 그게 바로 이방인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또 한가지, 편입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이점은 다 이용해야 한다. 편입생이라고 전에 했던 것을 무시해버리고 여기 새로운 곳에서 짜잔! NEW ME!!!! 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 직장에서 갖고 있었던 네트워크를 이용, 전에 전공했던 것을 십분 활용하여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전에 공부했던 건 지금거랑 상관 없는데 하고 휙! 내던져 버리는 게 아니라 그간 쌓아온 공부 방법의 노하우를 활용하고 폭넓게 쌓아온 경험을 새로운 지식분야에 적용시키는 것은 경험이 많은 '나이 많은 편입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 현장에 나가있는 사람을 인터뷰 해야 하는 과제를 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인맥이 없어 쩔쩔매던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이미 현장에 나가 있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그들 덕분에 쉽게 좋은 분과 연계되어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그리고 쩔쩔매는 친구 한명을 연계 시켜주기까지 했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그간 나의 삶이 결코 창 밖으로 내떤져 버려야 하는 쓸모없었던 삶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최대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을 쫓아 도전하자!!!


이 나이가 되어 집에서 방학을 책을 읽으며, 좋아하는 영화를 보아가며, 즐기고 있다고 하면 많은 친구들이 '와... 부럽다' 라고 하는게 제일 큰 리액션이다. ㅋㅋ 그들 눈에는 내가 부럽겠지만 내눈에는 니들이 부럽다!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이면 사람들은 다들 부러워 하기 마련이다. 나도 돈 많이 벌어서 휴가때 휴가답게 지내보고 싶은 나이잖아. 그렇지만 방학이고 머고 쉬고 있는 거 이런게 지금 생활에서 가장 행복한 부분이 아니다. 그들이 나를 보며 부러워 하는 것 중 가장 큰 것은 나는 여건이 되어 '꿈을 쫓고' 있다는 것이다. 할려고 해도 여건이 안되는 사람들, 할려고 해도 용기가 안나는 사람들, 할려고 해도 ....... 수많은 이유들이 가로막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이렇게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나이에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르지 않다) 내 꿈을 또 다시 찾아 도전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방학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외국에 나갈 생각만 머리에 가득해서 그 생각밖에 못하고 있었는데 공부를 시작하고 나니 내 마음은 희한하게 변해갔다. 외국에 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흥미로운 새로운 분야에 매력을 느꼈고 새로하는 공부라 어렵긴 하지만 도전하고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내가 지금 의학 분야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이젠 해외에 나가 자유롭게 훨훨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 내가 원하는 것을 쫓아 가고 있다. 

  

나는 아직 젊다, 가야 할길은 멀다. 나에게 꿈이 남아있다면 내 마음을 쫓아갈 수 있는 여건을 감사해하며 열심히 하자. 단, 남들보다 늦었음을 늘 인지하면서 그만큼 더 열심히 그만큼 더 현명하게 행동하자. 그게 내가 편입을 준비하고 대학생활을 시작하여 한학기를 마친 뒤 두번째 학기를 기다리며 드는 생각이다. 지금도 꿈을 쫓고 싶지만 여러가지 이유를 핑계로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더 늦기전에!!! (무조건 편입하라는 게 아니라) 인생은 짧다. 더 늦기전에!!!!! 마음을 따라가자. 꿈에 도전하자!!! 그 방법이 다시 후퇴하여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너무 고민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