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 126

[+2310] 첫 유치가 빠졌다.

오늘은 우리집 가장 큰 남자분이 회사에 안가시는 날이었다. 아침 내내 우리는 주말의 분위기로 빵으로 아침을 먹고 딩굴딩굴, 아이들은 할일 하면서 놀면서 딩굴딩굴. 주원이는 아침내내 바빴다. 밀크티를 하고 동생 챙기고 티비도 보고 색칠공부도 하고 그러다가 카봇이 문득 보고싶었던 모양이다. 카봇을 한편 보려면 550원을 내야하는데 나한테 550원 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카봇을 보고 싶으면 주원이 돈으로 해야지, 했더니 저금통을 열심히 들고 온다. 그래서 엄마 집청소 하고 있는 것을 함께 해주면 550원을 내주겠노라 했더니 빠릿빠릿하게 장난감을 열심히 치우고 청소기까지 밀고 했다. 와 진짜 보고 싶은가보다 하면서 화장실 청소를 하려하는데 저쪽에서 "어....? 이상해 엄마 이상해" 하는 소리가 났다. "뭔데..

[2041/1257] 곧 5살 7살을 앞두고..

생각보다 빨리 2020년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도 길었고 그 덕에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거의 없긴 했지만 어찌어찌하여 4살 6살을 잘 넘기고 있다. 건강하게 지내기만 하면 감사한 요즘. 내년에는 또 어떤 5살 7살이 될지 머릿속에 생각이 많다. 우리 첫찌 남자는 유치원생으로 보내는 마지막해가 될 것 같은데 그 한해를 어떻게 하면 알뜰하게 챙겨줘야 할지 엄마 머릿속엔 생각이 많다. 한글도 아직 못뗀 우리 꼬맹이 남자를 위해 어떤 것들을 해야할까? 한글도 같이 공부해야 하고 여행도 더 많이 가고 싶다. 학교를 준비해야하니 이사도 가야하고, 스포츠 센터에서 인라인 타는 법도 배우게 되겠지. 우리 곧 다섯살이 되는 딸래미는 욕심이 많다. 발레도 하고 싶어하고 ..

#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

바짝 긴장한 채로 살기를 몇달 째, 아이들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지내다가 불현듯 아이들의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어느날부터인가, 이 아이들은 집에서 이렇게 시간일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함께 한글공부, 수학공부, 피아노 어떻게든 아이들의 시간을 의미있게 만들어주기 위해 사방팔방 뛰다보니 나는 방전이 되고 말았다. 때마침, 강의가 잡혀 혼자 준비를 해야하는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고 나는 아마도 스스로 합리화를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을 기관에 하루라도 보내야겠다고. 일주일에 2번을 보낼 생각을 하고 그 시간에 강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오랜만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들은 들떠서 비글마냥 좋..

[1860/1076] 아이들속에서 살기, 다시 시작 -

그놈의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만... 아이들은 다시 집에 갇혔다. 그야말로 갇힌거다. 일주일 가량 어린이집, 유치원을 가면서 신났던 아이들은 다시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삼시세끼를 먹으면서 - 사실 활동량이 적어선지 입맛도 없어선지 많이 먹지도 않고 - 집콕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누구를 탓하랴.. 이러다가 9월 학기제 - 실현이 될것 같다. 주원이가 매일 아침마다 찾아봐주고 공을 들인 나팔꽃이 꽃을 피웠다. 한가지에 그렇게 오랜 집중을 하는 아이가 아닌지라, 이렇게 오랫동안 어떤 것에 공을 들인다는 것에 나도 본인도 놀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공 끝에는 예쁜 꽃이 있었으니, 정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 식물을 죽이는 손을 가진 나도 설마설마 하다가 꽃이 핀 것을 보니 너무나 기뻤다. 아이들..

[가을] 엄마 아빠

첫째 아들래미가 어낙 예술적 소질이 없으셔서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 가을이의 예술작품은 뭔가.. 느낌이 있다. 특히 요새 사람 그리는데에 재미를 느꼈는지 요새 부쩍 엄마 아빠 얼굴을 많이 그린다. 코는 없지만 얼굴과 눈 입, 그리고 머리카락과 다리를 열심히 그리고는 "잘그렸지? 이거 엄마야" 라며 건네준다. 위에 냉장고에 붙어있는 그림은 빨간색으로 그린 그림이 엄마, 검정색으로 그린 그림이 아빠다.

# 조금은 느려도 괜찮아

식목일을 기념하여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일을 만들겸 다이소에서 작은 씨앗들과 모종삽, 배양토와 화분을 샀다. 아이들은 책에서나 보아오던 씨앗이 싹이 나고 꽃이 피는 그 장면을 기대하며 함께 씨앗을 심었다. 가을이는 토마토, 주원이는 나팔꽃. 볕이 좋은 곳에 놓아준다고 들고가다가 두녀석 모두 화분을 엎었다. 흙이 쏟아지는 바람에 혹시나 씨가 다 엎어졌을까봐 위에 해바라기 씨를 또 심었다. 아이들은 하룻밤만에 씨앗에서 새싹이 날거라 생각했겠지만 첫날 싹이 나오지않는 것을 보고는 금새 화분에 대해 관심이 떨어진 듯 했다. 해가 잘 들지 않는 동향의 집에 사는 나는 씨앗을 위해 매일같이 이 자리 저 자리로 화분을 옮기고 물을 주고 하루이틀을 지켜봤다. 아이들에게 싹이 튼 화분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틀 뒤, 회..

[1797/1013] 멈춰져있는 일상속에서도 자란다.

모든게 멈춘 것 같다. 유치원도 어린이집도 학원도 안가고 - 나는 직장에도 안가고 시간이 멈춘듯 이렇게 집에 있다. 이렇게 보낸지 어느덧 3주, 4주가 다 되어가고 있는데 .. 나에게는 시간이 멈춘 것 같지만 아이들은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나보다. 딸래미는 덥수룩하던 머리가 어느덧 제법 여자아이처럼 길어졌다. 하나로 묶이기도 한다. 신기할 따름... 안묶이는 머리로 매일 두개로 묶었었는데 하나로 묶어주니 조금더 큰 아이 같아 보인다. 아들은 어느새 색칠공부 솜씨가 많이 늘었다. 하루에 하나씩 하고 있는 색칠놀이와 그림놀이는 매일의 루틴이 되어 안하면 서운해졌다. 그러면서 운필력이 좋아진건지 확실히 테두리 안쪽을 꼼꼼하게 칠하는 실력이 늘었다. 나는 마치 멈춘 시간 속에 있는 듯 한데 아이들은 그 안에서도..

[998/1782] 남매를 키운지 1000일 ..

우리 둘찌 가을이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와 신랑의 당황했던 모습을 기억한다. 기쁜마음도 분명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에서 밀려오던 착잡한 느낌을 아무에게도 이야기 못하고 혼자 삭히던 때도 있었다. 어린 주원이가 더 어린 시은이에게 사랑을 나눠받게 될 것 같아 전전긍긍한 마음도 있었다. 새로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쁨보다 첫찌가 치일까 머리를 싸매던 때가 있었다. 시은이가 나중에 알면 엄청 섭해할 일이겠지만 사실은 그랬다. 둘째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우리 둘찌는 이틀뒤 1000일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천일을 앞둔 우리 딸 가을이는 첫째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아빠의 일등 귀욤둥이고 나를 가장 걱정해주는 우리가족의 보물이다. 눈 앞에 닥친 일만 걱정하던 나는 이..

[+1779] 조금씩 새로운 세상에 적응 중 -

주원이는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 들어가 수업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원장선생님은 친히 주원이를 원장실에서 수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곤 그 다음주에는 친구들까지 모두 원장실에서 수업을 하셨다. 주원이를 살살 달래는 방법을 갖고 있는 분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원이는 선생님과 하원할 때 약간 울먹거리며 엄마가 보고 싶다 했단다. 늘 이 지점에서 망설인다. 그런 한마디 전달에 나는 또 내 스케쥴을 바꾸던지, 아님 뭔가 최대한 주원이에게 맞춰보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주원이가 잘 적응해주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다음주에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코로나 때문에 다음주가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능했음 좋겠다.) 원장선생님 방에서만 수업하겠다던..

[+1775] 아이는 대체 어떻게 키워야 하는 것일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대강 감이 잡혀야 하는 때 아닌가? 주원이가 어느새 여섯살인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주원이가 커갈수록 확신이 없어지고 어려워진다. 주원이는 엄마가 6시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 미술학원을 가기 시작했다. 물론, 본인이 태권도보다는 미술학원을 더 원했기에, 미술학원도 여러군데 방문한 후에 결정한 것이기에 본인의 의사를 많이 반영했다고 생각하지만 엄마의 상황 때문에 다니게 된 것은 맞다. 참 미안하고 짠하다. 주원이는 늘 그랬다. 어떤 상황이 오든 주원이는 늘 나의 마음 속에 짠한 존재였다. 그냥 선생님 손잡고 가는 건데 그 뒷모습을 보고 나는 왜그렇게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엄마가 힘들어 36주에 태어나야했고 말도 느리고 대근육 발달도 느리고 소근육도 느려서 늘 엄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