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31

#21 일하는 엄마, 멈춰있는 사람

나의 호칭에 "엄마" 라는 말이 하나 더 추가되기 시작한 날부터 고민했던 문제, 일하는 엄마가 될 것인가 였다. 지금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작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벌써 맡겼다고 이야기하면 주변 많은 사람들이 "쯧쯧, 아이가 그렇게 어린데 왜 벌써..." 라고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제가 일을 해야해서요" 였다. 사실, 그 말에는 모순이 있다. "해야해서" 는 아니다. 지금 우리집남자1이 우리 네식구 함께 사는데에 큰 모자람이나 불편함 없이 벌어오고 있는데, 내가 꼭! 이 순간에 일을 "해야" 하느냐, 사실 그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멈춰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세상은 변해가고, 내가 키우는 아이들은 커가고, 모든것이 움직이고 있는데 왠지 집..

일상 2018.05.11

#20 간호사 국가고시를 마쳤다

오랜 숙제와도 같았던 시험이었다. 주원이가 생겨준 덕분에 졸업은 했지만 임신한채로 공부할 수 없다며 국시는 다음으로 미뤄뒀었다. 그러고는 1년을 국시준비를 하면 합격하지 않겠냐며 큰소리 떵떵쳐댔었다. 그런데... 막상 국시가 2016년 1월 22일이래. 10월에 접수하면서 '그래.. 이제라도 열심히 공부하자' 했다. 안했다...12월에 들어서면서 '한달이라도 전념하자' 했다. 9개월 아기의 엄마로 나름 '국가고시'를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일단 1년간의 공백 - 주원이 키운건 그래도 아동간호학에 약간 보탬은 되더라. 또 한가지 더, 왜 아기 엄마가 되면 기억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온통 감각적인, 동물적인 능력만 발달하는 건지, 신헌언니는 '아기를 돌보기 위한 감각이 예민해져서 다른 기능은 둔해진다'고..

일상 2016.01.22

#19 콩알이와 함께한 실습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막학기 막실습이 끝났다. 이렇게 끝났다..... :) 다른 친구들은 이제 다음 스텝으로 병원을 기다리고 있지만 나는 다음 스텝으로 우리 콩알이를 기다리고 있다 이힛 이번 실습은 그 어떤 실습보다 의미있는 실습이었다. 혼자하는 실습이 아니라 둘이 하는 실습이었기 때문! 그래도 시작 무렵에는 콩알이가 작았기 때문에 무겁다는 생각이 안들었지만 끝으로 가면 갈수록.... 콩알이의 무게를 느끼면서 결국 임산복 실습복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ㅋㅋㅋㅋㅋ 이거 펄럭거려서 안입는다고 막 그랬는데 결국 입을 수 밖에 없었다능. 아... 이번 실습은 사실 많은 이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즐겁게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실습이었다. 우리 실습조, G조. 모든 친구들..

일상 2014.12.23

#18 수련회! 수련회! 수련회!

처음으로 다녀온 수련회, 지금까지도 그 여운이 남아있다. 원주 아지트(?) 에서의 모임도 즐거웠고 현이의 생일파티도 최고였고, 여자들끼리 새벽까지 수다를 떨다 자는 그 기분도 느껴보는 것도 오랜만이었고, 다들 모여 새로운 게임을 배워 밤 늦을 때까지 잠도 안오고 게임을 해보는 것도 너무너무 즐거웠고, 편먹고 볼링하는 것도 너무너무 좋았다. :D 예배와 축제 시간. 이런 경험은 처음 해봐서 신기하기도 하고 더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짧은 시간동안 영적 성숙과 지식이 많이 쌓였다고 생각했지만 온맘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축제의 시간에는 우리가교 삼총사가 나서줘서 더욱 즐거웠고, 내가 게임에서 이겨 큰 박스에 담긴 꽈자를 타와서 즐거움은 세배가 되었었..

일상 2014.08.21

#17 괜찮아

실습이 끝나고 어느새 다시 달콤한 방학의 시작.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희한하게도 이번에도 몸이 아프다. 실습이 끝나기만 하면 몸이 안좋아져서 이번에는 오빠를 비바람 속에 운전하게 만들었다. 음;;; 미안해요 남편을 입에 달고 있었더니 우리오빠, 그런걸로 미안해하지 말라고 진지하게 얘기를 했다. 내가 먼저 나가거나 못보고 나갈 때도 많았는데 그건 언제였다는 듯 다시 다 잊어버리고 남편이 나갈 때면 아쉬워서 쪼끔만 더 있다가 가라고 하고, 몇번이나 내다보고 잘가라고 하지만 금새 혼자가 되면 또 혼자서 엄청 잘 논다. 옛날 차일드 케어 센터에서 애기들을 보면 요런 장면이 많이 연출되곤 했었다. 내가 지금 딱 고 모습인 것 같다. 남편이 집에 돌아올 때쯤 되면 또 약간의 조바심이 나긴 하지만 역시나 혼자서도 사실..

일상 2014.08.13

#16 NICU 14일 실습일지

NICU 14일간의 실습, 그간 단 한번도 다른 생각도 못하고 지내왔다. 그 간에 적었던 메모, 옮겨둔다. - NICU 1일째 (DAY)첫날, 신생아실과 연결되어 있는 NICU, 전에 신생아 실에서는 실습해봤지만 여기는 처음이기에 조심스러워졌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파트너와 멀뚱멀뚱 서서 고민했지만 의외로 실습때와는 다르게 호의적이며 열심히 가르쳐주려고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의 태도에 놀라기도 했다. 아. 14일. 3주. 길고도 짧을 것 같은 그 시간, 무섭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NICU 2일째 (DAY)정신없던 첫날에 비해 둘쨋날에는 약간 루즈해졌다. 조유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른둥이들이 먹는 양이 정말 구체적이어서 놀랐다. 30이면 30, 35면 35일것 같은데32를 먹거나, 16을 먹는 이른둥..

일상 2014.08.13

#15 결혼 6개월 평가보고서

결혼생활 6개월차 접어드는 초보주부, 6개월만에 그간의 일들을 총정리, 평가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결혼 6개월 평가보고서] 1. 6개월차 남편 - 아내 챙기는 능력 : ★★★★★- 집안 청소하는 능력 : ★★★★☆- 장모님 반찬 먹기 : ★★★★★- 애정표현하기 : ★★★★★- 종교생활 : ★★★★☆- 총평 : 평정심을 잃지 않는 우리집 남자는 업다운이 심한 아내의 위치를 잘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라도 아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가장 큰 쉴드를 가장 넓게 쳐주는 능력이 있다. 남편은 집안 청소도 정말 열심히 한다. 특히 화장실 청소, 했다 하면 반짝 반짝! 별 하나가 빠진 이유는 청소도 삘이 꽂히지 않으면 그냥 두는 성격인지라. ㅎㅎ 장모님 반찬 먹는 능력은 ..

일상 2014.08.04

#14 무생물이랑은 그만!

어떻게 보면 공식적 처음으로 우리집에서 가교모임을 하게 된건데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역시 음식. 점점 익숙해지면 쉽고 빠른 음식을 내놓겠지만 ㅋㅋㅋㅋㅋ 처음이기 때문에, 에이 그래도 처음이고 방학인데 뭘 쫌 쪼물쪼물 해보고 싶어져서 음식을 좀 하기로 했다. 근데 특유의 느린 음식 만드는 기술 덕분에 늘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매우 심심해 한다. 평소에 대화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좋아하며 반응이 좋은 나는 무생물에게도 잘 반응한다. 특히 요리 만들 때에는 티비를 보며 티비와 얘기를 한다. 심지어는 필살기 밥통과 대화하기 때로는 편의점에 가서 편의점 기계가 "팝카드 있으세요?" 라고 물으면 꼬박꼬박 "아니요~" 대답해준다.. 그래서 이번 가교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무생..

일상 2014.07.13

#13 위로

줄줄이 비엔나로 지원한 병원들 떨어지고. 1차로, 남편이 나의 큰 위로. 나쁜 결과 확인 후 기운이 턱 빠지고 눈물이 찔끔 나기 시작하면 남편 얼굴이 저절로 떠오른다. 우리집 남자의 목소리는 마력이 있다. 듣기만 하면 눈물은 쏙들어가고 기운이 난다. 아산 서류 탈락 확인 후 바로 우리 남자와 통화를 했더랬다. 속상해서 울렁증까지 생겼었는데 남편 덕분이 가라앉았다. 의외로 고대가 서류에서 떨어졌을 때에는 수술실 실습 중이었었다. 수술실 화장실에서 변기에 앉아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고 소리내어 통화도 못하고 소리 죽여 카톡을 했더랬다. 남편의 "괜찮아" 는 늘 내가 일어서게 해주는 힘이 있다. 2차로, 공동체의 위로.고대 떨어진 날, 우리 가교의 현이를 만났었다. 무기력하게 어디서 또 찔찔 짜고 있었어야 맞는..

일상 2014.07.07

#12 수술실 실습 3일째

의사 등만 보기를 3일 째다. 3일의 수술실 실습이 끝났다. 3일간 수술실 실습에서 우리는..................................... 똑같은 수술복에 슬리퍼, 마스크와 수술실 모자를 써서 마치 12명의 클론같은 우리들이 줄줄이 수술실에 들어가 곱게 손을 포개고 영혼없는 눈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사선생님들의 철통시야방어로 보통 의사쌤들의 등을 보고 어떻게든 발에 안채이기 위해 요리 피하고 조리 피하고. 너무 하는 일 없이 먼지처럼 서있어서 조는 친구들도 생기고 서있다가 다리 꺾이기도 하고. 그래도 우리 12명 모두 무사히 실습을 끝냈다. :D 히히히히히. 1. 실습 도중에 고대가 떨어지는 결과를 확인하고 실습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펑펑 울었던 사건 2. 단 한번도 앉지 못하는 수술..

일상 201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