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아이들과 토닥토닥

#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

lifewithJ.S 2020. 9. 18. 08:10

바짝 긴장한 채로 살기를 몇달 째, 아이들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지내다가 불현듯 아이들의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어느날부터인가, 이 아이들은 집에서 이렇게 시간일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계획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함께 한글공부, 수학공부, 피아노 어떻게든 아이들의 시간을 의미있게 만들어주기 위해 사방팔방 뛰다보니 나는 방전이 되고 말았다. 

 

때마침, 강의가 잡혀 혼자 준비를 해야하는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고 나는 아마도 스스로 합리화를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을 기관에 하루라도 보내야겠다고. 일주일에 2번을 보낼 생각을 하고 그 시간에 강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오랜만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들은 들떠서 비글마냥 좋아했다. 

 

 

오늘은 그 두번째 날이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낸지 두번째 날. 

둘째네 어린이집에서 오후무렵 전화가 왔다. 불안한 마음에 받았는데 어린이집에 확진자와 식사로 접촉한 아이가 생겼고 그 아이도 판정을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로 갔고, 어린이집을 폐쇄해야 하므로 엄마들이 모두 아이들을 찾아가라고 하시는 원장님 말씀. 언제든 내 옆에서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막상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그런 일이 터지니 말도 못할 정도의 죄책감이 엄습해왔다. 강의고 뭐고 끼고 있었어야 하는건데, 나는 그동안 아이들을 잘 데리고 있다가 왜 지금 보내서 이런 사단을 내냐며 스스로를 마구 때리면서 어린이집으로 달려갔다. 영문을 모르는 둘째는 해맑게 하원을 했고 어린이집은 폐쇄됐다. 

 

집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내내 내 머릿속엔 그 아이가 양성판정을 받았을 때, 내가 해야하는 일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일단 둘째를 데리고 선별진료소를 가야하고 다른 층을 사용하는 아이라 가능성은 희박하다지만 첫째를 다른 곳에 데려다 둬야 하나 부터 시작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디에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온데간데 없고 왜 내 옆에 이런 일이 있는 거지 하는 마음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오후내내를 그 생각으로 보내고서야, 이렇게 생각해봤자 뭐하나, 이미 벌어진 일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데 라며 나 치곤 생각보다 빨리 사로잡혔던 생각을 떨쳐냈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때인가보다, 어디서든 있을 수 있다. 내 가족, 내 아이들,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