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7/282] 어린이집 적응기 - 2주차

두 아이의 엄마/아이들과 토닥토닥

2018. 3. 27. 22:39



[어린이집 6일차]
아침에 일어났는데 큰 아들이 어린이집에 호의적이다. 안가고 싶단 말도 안하고, 그 여세를 몰아 후딱 옷을 입히고 나이킹(큰아들 발음) 운동화를 신켜 집앞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니 큰아들은 역시나 후다닥 들어간다. 엄마를 돌아본적도 없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둘째 딸은 주말새 어린이집을 까먹은 모양이다. 낯설어서 계속 엄마한테 붙어있었다. 30분 자리를 비우기 시도를 했는데 안녕하고 가는 순간부터 벌써 입꼬리가 실룩 거리면서 울듯 말듯. 30분뒤에 가보니 이미 대성통곡 중이셨다. 얼른 받아 안고 집으로 데려왔다. 
12시가 되어 가을이를 데리고 아들 데리러 어린이집을 갔더니 어린이집이 조용하다. 큰 아이들이 아침산책을 나갔단다. 순순히 옷을 입고 따라나설 아들녀석이 아닌데 잘 갔다고 하니 일단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후딱 집 뒤의 놀이터에 가보니 엄마가 보든 말든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엄마가 있을 때는 미끄럼틀 무섭다고 늘 같이 타자고 하던 녀석이 친구들과 함께이니 두려울게 없는지 후딱 올라가서 타고 내려온다. 
아들의 밝은 모습에 한층 마음이 놓인 월요일이다. 


[어린이집 7일차]
자리를 비운 30분동안 가을이는 쉴틈없이 내내 울었다고 한다. 30분 뒤에 내가 찾으러 가니 그때도 훌쩍이고 있다가 엄마를 보고 또 대성통곡을 한다. 울음은 내가 안아도 한동안 그치질 못하고 잠시만 안고 있는 자세를 바꾸려고만 해도 자기를 떼어두고 가는 것 같았는지 옷을 붙들고 안놓으려고 낑낑거렸다. 
12시가 넘어 첫째를 데리러 가니 이번엔 이녀석이 선생님한테 안겨있다.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하아... 심장이 철렁. 무슨 일인가 후다닥 가보니 아이가 11시 반정도부터 엄마한테 간다고 하고 졸려하면서 바닥에 누워있고 하여 선생님이 안고 계셨다고 했다. 
두녀석다 집에 데려와 편안한 모습을 보니 내가 아이들을 보내는게 잘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아직 일을 나가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으면서 아이들을 원에 보내고 있는게 과연 잘 하는 건가.. 아이들도 사회생활이 필요하고 분명 나도 일을 하러 나갈 것이니 적응이 필요하지만 아이들도 엄마도 이렇게 힘들게 적응하며 보내는게 누구를 위한 건지 고민에 휩싸였다. 


[어린이집 8일차]
봄기운이 완연한 날. 아침에 미세먼지가 없다는 이야기에 후딱 환기를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갔다. 주원이가 왠일로, 교실로 안들어간다고 엄마랑 같이 있겠다고 하여 가을이 반에 잠시 데리고 있다가 주원이 반으로 같이가서 돌려보내고 왔다. 주원이가 유독 어린이집에 있는 아기인형에 집착하는데 원장선생님이 찾아다주셔서 아기인형 돌봐주라고 하니 교실에 남아있었다. 
30분 떨어져있는 연습을 하는 동안 우리 가을이는 여전히 빽빽 울었다. 찾으러 갔는데 ... 복도에서 가을이 우는 소리가 우렁차다. 하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잘 할수 있을까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가을이를 안고 나오는데 보니 큰 아이들이 뒷쪽 텃밭에서 놀고 있다. 우리 아들도 오늘은 농삿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오늘 점심을 먹여보자는 말씀에 보통때보다 30분 늦게 찾으러 갔는데 밥 한술도 안먹었다고, 간식도 안먹었다고 하셨다. 집에 와서 미리 사둔 꼬마볼을 주면서 내일은 밥 잘먹으면 엄마가 맛있는 간식 집에 더 사다놓겠다고 하니 그러겠노라 찰떡같이 대답하는 우리집 쪼꼬미 남자였다. 


[어린이집 9일차]
비가 많이 와서 할아버지가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짧은 거리를 할아버지와 함꼐 걸은 큰아들이 할아버지도 어린이집으로 들어오라고 울고불고. 그러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아기인형을 보더니 또 울음을 그쳤다. 아기인형에 대한 주원이의 집착이.. 크다. 야외활동 갈때도 갖고 나간다. 애착 인형이라곤 집에 없는 녀석이 어린이집에서 애착 인형을 만들었다. 애착.. 할 곳이 필요한 것 같아 짠하다. 
따님은 여전히 엄마와 떨어져있는 30분간 울어제꼈다. 씨앗반 엄마 셋은 셋다 엉엉 울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내 수다를 떨며 잊었다. 강하게 돌아서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울어제끼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가을이를 데리고 집에 가려다가 큰아들 반을 슬쩍 들여다봤다. 아들이 앉아서 블럭을 열심히 가지런히 세우고 있었다.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와서 발로 주원이가 세운 블럭을 차버렸다. 주원이가 울상을 하며 그 친구를 말려보지만 그 친구는 계속해서 주원이가 세운 블럭을 헤쳐놨다. 하아...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나설수도 없고. 그런데 그 순간 주원이가 집에서는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했다. 그 친구의 배를 주먹으로 세차게 때린 것이다. (물론 울면서) 친구는 약간 당황한듯 물러섰고 마침 선생님이 제재를 하고 중재를 하여 일은 일단락이 되었지만, 그간 '친구들과는 사이좋게' '절대 다른 사람을 때려서는 안돼' 를 강조해왔던 내가 주원이가 맞서는 모습을 보니 살짝 속이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다니, 참 사람 마음은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누구도 때리면 안된다고 가르쳐야 하는 것은 맞는데..  '걔가 때리면 너도 때려' 식이 되는 나를 보니 자식 일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어린이집 10일차]
아들은 여전히 점심을 안먹고 딸은 여전히 떨어지는 30분 내내 울고 있다. 30분을 떨어뜨려 놨다가 후다닥 갔는데 원장 선생님이 아주 힘겹게 우리 가을이와 다른 아이를, 둘을 전부 겨우겨우 안고 계셨다. 하아... 가을이는 울어제끼고 있으니 넘어질 듯 위태위태. 얼른가서 아이를 받았는데 자세히 보니 얘가 무엇을 향해 손을 뻗치면서 울고 있다. 나머지 2명은 아기 간식 (쌀과자 떡뻥)을 손에 들고 있는데 가을이 손에는 없었다. 집에서 엄청 잘먹는 떡뻥을 자기 혼자 못받고 다른 애들이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으니 우리 가을이가 다른 때에 비해 세배는 더 크게 울었을 것이 당연한데.. 내가 "우리 가을이는 왜 떡뻥 안주셨어요?" 라고 하니 "애기가 너무 어려서 줘야하는지 엄마한테 물어보고 주려고 했다" 라고 대답하시는데... 그 반에 있는 아기들끼리 얼마나 차이난다고.. 안줄려면 다 주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울컥 들어 기분이 상했다. 그리고는 집에서 떡뻥을 엄청 잘먹는 우리 아기가 기억나서 다른 아이들이 먹는걸 보면서 얼마나 먹고 싶어 했을까 싶어 가엾기까지 했다. 
어린이집에서는 이야기 없이 하원하였지만 집에 와서도 그 서운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그만 울컥하여 울고 말았다. 참내... 그 놈의 떡뻥이 뭐라고 내가 이렇게 이성을 잃고 속이 상하는지,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심정이었다. 선생님께 결국 키즈노트에 그 마음을 적고 말았고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가을이는 1:1로 돌볼 수 있는 시간에 맞춰보자고 하셨다. 가을이의 적응이 어려우니 이렇게 저렇게 여러가지 방법을 쓰면서 해보는 것은 참 고맙고 좋은 일이지만 과연 우리 가을이가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