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호주브리즈번일기

[2011.02] 실습이 끝났다 -

lifewithJ.S 2016. 7. 11. 09:39



▶ 실습이 끝났다.

 

우 ㅠ_ㅠ 지겹다, 힘들다, 언제끝나? 라며 시작한 실습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다. 이사를 한 뒤, 센터로 옮기면서 짧은 시간동안 있었던 센터였지만 동료들과 친해지고 나서 부터 시간은 너무 후딱 갔고 아이들이 하나둘씩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나에게 와서 질문을 하고 아침에 오면 나한테 제일 먼저 와서 폭싹폭싹 안기고부터 시간은 너무 빨리 갔다. 마지막 즈음에는,  아 시간이 안갔으면 좋겠다며 마음속으로 무지하게 빌었다.



▶ 마지막 날, 그리고 파티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다들 정이 들어버려서였던지 그냥 떠날수가 없어서 밤새 열심히 종이를 잘라 모두에게 카드를 썼다. 마음이 통했던가? 동료들은 파티를 준비했다. 멜과 캐런이 주축이 되어 파티를 열어줬다. 모두의 고마운 마음씨에 울컥 -_ ㅠ 손자를 돌보는 듯 했고 늘 나를 이해해준 헬렌 할머니, 곧 결혼하는 언니 캐런, 시력 장애에도 정말 최고의 그룹리더 멜, 은근 마음이 따뜻한 제스, 이야기를 같이 많이 나눈 인도 친구 유비엄마 메루, 너서리의 두 아이리쉬 친구, 그리고 그렇게 쌀쌀맞았지만 마지막엔 가장 큰 감동을 준 테레사. 모두모두 너무 고맙고 정말 최고의 스탭들이었다.





▶ 사랑하는 나의 사샤 




사샤는 내가 처음 이 곳에 실습을 왔을 때 천덕꾸러기로 여겨지던 아이다. 이제 14개월이 지나 토들러 반에 갓 들어왔다. 


처음 사샤의 인상은 무척 '시끄럽다' 였다. 무조건 울어제낀다. 

가만히 있는 시간이 1시간도 채 안된다. 다른 스탭들이 사샤가 진짜 우는 것이 아닌 탄트룸이라며 (제뜻대로 되지 않을 때 신경질이나 성질을 울컥 부리는 것을 의미함) 그냥 냅두라고 했다. 진짜일까? 정말 저게 탄트룸? 저럽게 서럽게 우는데? 안쓰러웠다. 


스탭들은 그거 보라며, 거짓말로 우는 거라며 그냥 냅둬야 한다고 막 머라하더라. 내 생각은 약간 달랐다. 사샤는 내가 안아주자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쳤다. 스탭들이 너서리에서 옮겨와 낯설고 처음으로 지 손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고 걸어다니기도 어려운 아기를, '안아준다고 버릇 나빠진다'고 무조건적으로 안 안안아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늘 멀리서 있더라도 사샤를 보고 내가 최대한 줄 수 있는 사랑을 주었다. 


사샤도 나에게 정이 들었는지 나한테만 안기려고 하고 다른 사람한텐 가지도 않는다. 그리고 변했다. 처음에 무조건 울어제끼던 사샤가 슬슬 말도 하고 (먼말인지 알 수 없지만) 웃기도 하고 (웃으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혼자 놀기도 한다. 


매일 엄마랑 헤어질때면 센터가 떠나가도록 울어제꼈지만 이제는 엄마와 헤어질때도 나를 보며 웃으며 나에게 안겼다.   그렇지만 요녀석 꼭 혼자 놀다가도 두리번 두리번 나를 찾는다.   잠시라도 내가 자리를 비우거나 하면 이리저리 나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내가 없으면 또 운다.   예전처럼 센터가 들썩들썩하도록 울어대는 것은 그래도 많이 없어졌다.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랑을 주는 사람을 알고   그만큼 사랑해준다는 그 순수함과 솔직함에 있다.  센터를 떠나면서 사샤와 헤어져야하는 것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 



▶ 한글을 좋아하던 영리한 씨에나

 

씨에나는 5살, 영리한 녀석이다. 아프리카계 엄마와 호주인 아빠를 갖고 있는, 곱슬곱슬한 머리와 갈색 피부의 씨에나는 누가 보아도 흑인 혼혈이다. 씨에나와 친해지는 데에는 그렇게 시간이 걸리질 않았다. 세계 여행에 관심이 많은 요녀석은 내가 다른 나라에서 왔다고 하자 무척이나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했다. 그녀와 내가 늘 아침마다 했던건 놀이터 구석에 앉아 한국어 공부. 영어도 이제 겨우 쓰기 시작하고 J도 매일 뒤집어 쓰는 씨에나가 한글은 얼마나 이쁘게 잘 쓰던지. 요녀석과의 한국어 과외시간도 너무나 그리울 것 같다. 떠나기 전 목요일에 씨에나와 했던 대화가 생각난다. 난 씨에나가 금요일에 오면 바이바이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물었다. 




나: 씨에나, 너 금요일에 오니?

씨에나: 네! 준은 주말에 와요? (까르르 웃는다)

나: 아니!

씨에나: 그럼 월요일에 와요?

나: 아니!

씨에나: 그럼 . . . 화요일에 와요?

나: 아니!

씨에나: (그제서야 내가 안오는 걸 안 모양이었다) 그럼 언제와요?

나: 글쎄 . . .

씨에나: 오긴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