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호주브리즈번일기

[2011.03] 나의 한시간 천하

lifewithJ.S 2016. 9. 30. 07:57



오.늘.도.
엄청나게 기차역까지 뛰었다. 단 5분, 아니 3분만이라도 일찍나오면 유유~히 걸어갈 수 있는 것을늘 고 3분을 일찍 못나와서 기차역까지 미친듯이 뛴다. 기차라도 놓치면 일하러 제 시간에 맞춰 갈 수 있는 방법은 택시 밖에 없기 땜 ㅠ_ㅠ 택시는 절대 탈 수 없지, 돈이 얼만데.. 호주에서 차없이 일하러 간다는 것은... 


"수퍼맨이 날아다니는 능력을 잃어 걸어다니는 것"과 같다고 내가 몇몇 사람들에게 얘기하자 먼넘의 수퍼맨이냐며 반응이 매우 싸늘했기에 -_- 그거에 비유는 안하겠지만 호주에서 차 없이 다니는 출근길은 너무너무 힘들다.




아, 오늘도 빨강반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내가 빨강반에서 이뻐하는 제트는 저~~~기 가서 놀고 있었고 역시 또 한명, 빨강반에서 너무너무 이뻐하는 웃음이 매력적인 아기남자 제임스가 맞이한다. 

제임스는 늘 주먹을 꼭 쥐고 걷고 다리가 짧고 머리가 커서 약간 뒤뚱뒤뚱하는게 매력적인 녀석이다. 이녀석을 보면 이상하게도 Y군이 생각나서 더 정이 간다. ㅋㅋㅋ요녀석은 희한하게도 내가 자길 좋아하는 걸 아는지 나만 보면 이쁘게 씨익 웃는다. 그룹 리더 말은 심하게 안들으면서 내 말은 이쁘게 잘듣는다. 귀여운 녀석! 

제임스같은 아들 하나 있었음 좋겠다!!!! 맨날 생각한다. ㅋㅋㅋ (음흉한가? -_-) 



30대가 되면서 하나 느끼는 건, 이 나이 사람들은 참으로 먼가 인정받고 싶어한다. 
나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전체다 30대는 약간 그런 느낌, 자신의 존재를 인정 받고 싶어하는 느낌. "나 여기 있소! 나 여기서 일 잘하고 있소!" 라는 느낌이랄까? 

몇일전 센터에 들어와서 나에게 최고의 일이 생겼다. 갑자기 추워진 브리즈번 날씨 때문인지 부쩍 감기 걸린 스탭들이 많아진 탓에 센터에 일할 사람이 적어졌다. 내가 점심시간때 한시간 들어가는 킨디 반에 어시스턴트인 검은머리 S양도 감기 그룹에 합류하여 안나왔다. 덕분에 그룹 리더를 제외한 스탭 중에서 그 반 아이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하찮은 캐쥬얼 워커인 나였던 것!!!!! 으흐흐흐흐흐흐흐... 그룹리더가 점심 먹으러 가자 내가 그룹 리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캬하하하하하! 
겨우 한시간, 나의 한시간 천하였지만 아이들과 함께 노래한곡 부르고 잠들게 만들 때까지 모든게 내 지휘하에 움직였다. 오지들까지도!!! >_< 내게 호주에서 이런 날도 오는구나! 


다음날 검은머리 S양이 얄짤없이 돌아와주시는 바람에 결국 한시간 천하로 끝났지만 무척이나 짜릿한 순간이었다. 내 스스로가 대견해서 집에와서 맥주 파티를 했다. ㅋㅋ




* 2016년 June says : 그때 간절히 바래서인가, 실제로 제임스같은 아들이 생겼다는! ㅎㅎ 서른살때의 일기인데도 참 철없던 시절처럼 느껴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른살때도 철이 없었더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