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30 샤이집중러들의 발견

lifewithJ.S 2020. 11. 27. 08:07

몇번의 강의에서 

대답을 하지 않으면 기운이 빠지는 나를 발견했다. 

늘 어째튼 사람들을 집중시켜 나의 질문에 대답시켜야만 

직성이 풀리는 참 적극적이고 희한한 강사이기 때문에 

(아마도 아이들에게 선생질 하던게 남아있어서인듯 하다) 

강의를 하면서 초반엔 너무 힘들었다. 

필수 강의인데다가 여러번 들은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쉽게 집중하지 못하는게 당연할 수도 있는데 

내 사전에 그런건 없었다. 

 

그러다가 모 대학에서 했던 강의에서 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대답을 1도 하지 않고 입을 꾹다물고 있는 참석자들이었지만 

나를 보고 있는 눈, 그 눈이 느껴진 것이다. 

입으로 내 질문에 대답을 해야만 내 강의를 따라오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처음으로, 그들의 눈을 봤다. 

집중하고 있던 그 눈들. 그들은 대답하기엔 샤이하지만 

나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샤이집중러들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는 나는 더이상 대답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답을 입에서 꺼집어 내는 일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강의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다. 전체적인 질문을 많이 던졌었는데 

이제는 개인적인 질문을 조금씩 던지고 전체적인 질문에는 

내가 대답을 얼른 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성인을 강의하는 것은 나에게는 큰 도전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 도전은 ongo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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