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아이들과 토닥토닥

# 조금은 느려도 괜찮아

lifewithJ.S 2020. 4. 10. 22:40

식목일을 기념하여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일을 만들겸 다이소에서 작은 씨앗들과 모종삽, 배양토와 화분을 샀다. 아이들은 책에서나 보아오던 씨앗이 싹이 나고 꽃이 피는 그 장면을 기대하며 함께 씨앗을 심었다. 가을이는 토마토, 주원이는 나팔꽃. 볕이 좋은 곳에 놓아준다고 들고가다가 두녀석 모두 화분을 엎었다. 흙이 쏟아지는 바람에 혹시나 씨가 다 엎어졌을까봐 위에 해바라기 씨를 또 심었다. 

 

아이들은 하룻밤만에 씨앗에서 새싹이 날거라 생각했겠지만 첫날 싹이 나오지않는 것을 보고는 금새 화분에 대해 관심이 떨어진 듯 했다. 해가 잘 들지 않는 동향의 집에 사는 나는 씨앗을 위해 매일같이 이 자리 저 자리로 화분을 옮기고 물을 주고 하루이틀을 지켜봤다. 아이들에게 싹이 튼 화분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틀 뒤, 회색 화분에서 먼저 싹이 나기 시작했다. 해바라기 씨앗에서 나오는 새싹이었다. 식물이라면 대부분 죽이는 내 손으로 새싹을 틔우다니, 새싹이 내 아들이나 되듯이 대견하고 기뻤다. 그날 아침, 싹이 난 화분을 확인한 주원이는 싹을 보고 뛸듯이 기뻐했다. 여기서 아이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노란화분, 가을이 화분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흙밖에 없는 자신의 화분을 발견한 가을이는 오빠의 화분을 보며 부러워하면서 살짜기 시무룩해졌다. 엄마는 걱정되기 시작했다. 노란 화분이 제대로 엎어졌었는데, 혹시나 그 작은 토마토씨가 제대로 심어지지 않아 화분에서 나오지 않으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화분에 관심을 주지 않을 때 회색 화분에 수북하게 나기 시작한 새싹 중에서 두어개를 뽑아 노란 화분에 옮겨심었다. 그래, 요렇게 하면 가을이도 실망하지 않겠지 싶었다. 옮겨심은 새싹은 노란색 화분에서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그러자 엄마의 마음은 조금 놓였다. 

 

새싹을 심고 정성을 들인지 6일째, 꽃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화분을 잘 살펴보면서 솎아줘야 하나 고민하던 내 눈에 노란 화분에서 아주 작은 새싹이 눈에 띄였다. 대가 굵은 해바라기의 새싹이 아닌, 아주 가느다랗고 작은 다른 종류의 싹이었다. 바로 작디 작은 토마토 씨앗에서 나온 토마토 새싹. 이 싹은 6일이 걸려 나온 것이다. 해바라기 싹이 3일만에 나왔고, 토마토 씨앗이 같은 시기에 나오질 않았다고 안나올거라 생각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싹이 트는데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기 보다는 아이들의 기분을 맞춰주느냐 전전긍긍했다. 그리고 나 조차도 새싹들의 발아 시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느린 싹을 기다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 작게 올라온 토마토 싹을 보고 있자니 참 부끄러워졌다.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어떤 아이는 빠르게 여물것이고 어떤 아이는 시간이 좀 늦겠지만 큰 열매를 맺을 수도 있을것이다. 주원이와 가을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인간이다보니, 이 아이는 빠르고 이 아이는 느리네? 하는 자연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에 들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조금 늦게지만 열심히 나오고 있는 토마토 싹을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