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0 아침식사

lifewithJ.S 2014. 6. 24. 09:00



방학 시작한지 10일 되었나? 

실습때 그렇게 그립고 그립던 아기다리 고기다리 방학인데 막상 10일째에 들어서니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 

신나는 마음은 어느덧 사라지고 할일이 너무너무 많은데도 당장 해야 할일이 아니어서인지 

느슨한 머리는 나를 움직여주지 않는다. 톡까놓고 이야기 하면 그냥 딩굴거리고 있다는 것? 

필라테스 가는 거 이외에는 그저 빈둥거리고 있는게 현실. 

원래 알기도 했지만 점점 더 알게 되는 나의 특성은 딩굴딩굴 오래 못한다.. 

그렇다고 뭔가 하자니 이상하게 자꾸만 허전하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여 낸 결론, 예전, 혼자 무언가를 잘 하던 내가 우리집 남자를 만나면서 

이제 무엇이든 함께 하는 생활에 익숙해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혼자 무언가를 하자니 빈 것 같은 느낌이 커서 선뜻 하기가 어렵다. 


우리집 남자는 요새 많이 바쁘다. 

프로젝트가 오픈해서인지 야근도 잦고 회식도 많다. 

다른 회사에 비하면 이 정도는 눈꼽만큼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간 늘 저녁식사를 함께 해왔던 

우리집 남자님이 저녁 식사시간에는 없고, 밤 늦게 들어와 아침에는 피고니 열매를 얼굴에 달고 아침은 거르고, 

회사 가기 바빠서인지 얘기를 나눌 시간도 줄어들고 뽀뽀도 아침에 한번 할까. 

회사에서 하는 일에 남편님도 바쁘고 피곤해하는데 내가 떼부릴 수도 없고. 

오늘 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괜히 울컥해서 입을 툭 내밀고 떼를 한번 부려봤는데 

내 입나온 모습을 보고 후딱 고새 내려갔던 계단을 다시 밟고 올라오는 우리집 남자를 보며 

'아, 잘못했구나, 회사가는 남편 어깨 무겁게 내가 왜그랬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까뜩 채워 지금까지도 마음을 꿉꿉하게 만든다. 


남편이 나간 뒤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아 이래저래 남은 반찬을 한두가지 주섬주섬 꺼내서 

케이블 티비에서 하는 짱구는 못말려를 혼자 보며 아침밥을 먹는데

결혼하고 처음으로 어깨가 축 늘어졌다. 

내가 바빠 정신없이 아침도 못먹구 가거나 밤에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집에서 혼자 있는 우리집 남자가 나처럼 어깨가 축 늘어졌을까? 


자자, 힘을 내야지, 이건 원래 내가 아닌데. 

그리고 내가 바쁠 때일수록 기운 빠질 남편의 어깨도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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