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콩알콩알 107

[+2310] 첫 유치가 빠졌다.

오늘은 우리집 가장 큰 남자분이 회사에 안가시는 날이었다. 아침 내내 우리는 주말의 분위기로 빵으로 아침을 먹고 딩굴딩굴, 아이들은 할일 하면서 놀면서 딩굴딩굴. 주원이는 아침내내 바빴다. 밀크티를 하고 동생 챙기고 티비도 보고 색칠공부도 하고 그러다가 카봇이 문득 보고싶었던 모양이다. 카봇을 한편 보려면 550원을 내야하는데 나한테 550원 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카봇을 보고 싶으면 주원이 돈으로 해야지, 했더니 저금통을 열심히 들고 온다. 그래서 엄마 집청소 하고 있는 것을 함께 해주면 550원을 내주겠노라 했더니 빠릿빠릿하게 장난감을 열심히 치우고 청소기까지 밀고 했다. 와 진짜 보고 싶은가보다 하면서 화장실 청소를 하려하는데 저쪽에서 "어....? 이상해 엄마 이상해" 하는 소리가 났다. "뭔데..

[+1779] 조금씩 새로운 세상에 적응 중 -

주원이는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 들어가 수업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원장선생님은 친히 주원이를 원장실에서 수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곤 그 다음주에는 친구들까지 모두 원장실에서 수업을 하셨다. 주원이를 살살 달래는 방법을 갖고 있는 분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원이는 선생님과 하원할 때 약간 울먹거리며 엄마가 보고 싶다 했단다. 늘 이 지점에서 망설인다. 그런 한마디 전달에 나는 또 내 스케쥴을 바꾸던지, 아님 뭔가 최대한 주원이에게 맞춰보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주원이가 잘 적응해주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다음주에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코로나 때문에 다음주가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능했음 좋겠다.) 원장선생님 방에서만 수업하겠다던..

[+1775] 아이는 대체 어떻게 키워야 하는 것일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대강 감이 잡혀야 하는 때 아닌가? 주원이가 어느새 여섯살인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주원이가 커갈수록 확신이 없어지고 어려워진다. 주원이는 엄마가 6시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 미술학원을 가기 시작했다. 물론, 본인이 태권도보다는 미술학원을 더 원했기에, 미술학원도 여러군데 방문한 후에 결정한 것이기에 본인의 의사를 많이 반영했다고 생각하지만 엄마의 상황 때문에 다니게 된 것은 맞다. 참 미안하고 짠하다. 주원이는 늘 그랬다. 어떤 상황이 오든 주원이는 늘 나의 마음 속에 짠한 존재였다. 그냥 선생님 손잡고 가는 건데 그 뒷모습을 보고 나는 왜그렇게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엄마가 힘들어 36주에 태어나야했고 말도 느리고 대근육 발달도 느리고 소근육도 느려서 늘 엄마는..

149. 어깨에 짐을 다섯살부터 -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주원이를 보는 나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다. 유치원에서 자주 선생님한테 이렇네 저렇네 이야기를 듣다보니 오늘은 또 하원때 무슨 이야기를 들을까 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주원이가 다섯살이 되면서 어린이집과는 다른 유치원에 다니게 되고, 하원하고 다른 기관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오면 여섯시가 넘는 날이 많다. 물론, 자유로운 영혼인 주원이에게 하원 후의 기관은 즐거운 곳이겠지만 - 물어보니 재미있다고는 하지만 집에 들어와 퀭한 눈으로 있는 걸 보면 가끔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고.. 마음이 짠하다. 다섯살 인생, 바쁘게 지내지만 앞으로 십여년간을 어깨에 짐을 지고 배우고 바쁘게 여기저기 다닐 것을 생각하면 하아.. 미래에 하고싶은 일만 하고 즐겁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마음만 한..

148. 어린이가 된 주원 [+1312]

아들에 대한 기록을 따로 남기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듯 하다. 주원이와 가을이를 함께 묶어 글을 쓰는 동안, 아들은 부쩍부쩍 커간다. 특히 요새들어 크는게 눈에 보일 정도이다. 바지가 짧아지고 옷이 작아졌다. 대견한 녀석. 머리를 짧게 자르니 - 엄마 스타일은 아니지만 - 어린이 같다. 말을 걱정하여 언어치료를 보내던 때가 부끄러워 질만큼 말이 많이 늘었다. 예쁜말만 많이 하는 주원이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 "내 생각에는~ 음~ 엄마 생각은 어때?" 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에이 아빠 치사해~" 라며 그 단어의 뜻을 아는 걸까 싶은 말들도 제법 하여 놀라곤 한다. 말도 보통 많은게 아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주원이 말 많아요~ 할정도로 늘 쉬지않고 쫑알쫑알. 어린이집은 이번 학기에 졸업이지만, ..

147. 엄마도 사람인지라... [+810]

오전 11시, 주원이 얼굴에 졸음이 한가득이다. 가을이가 10시에 분유를 먹었으니 한 두어시간은 자겠구나 싶어 얼른 주원이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가 낮잠 재우기를 시도한다. 요즘들어 특히 에너지가 많아진 주원이는 보통 낮잠 자기를 거부하지만, 이 시간쯤 되면 그나마 엄마를 따라 침대방으로 간다. 한창 재우고 있을 때, 우리 2호기 가을이의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설마... 설마... 조금만 더 자주라, 가을아. 오빠 먼저 재우고 후딱 엄마가 가볼께.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더라, 주원이 눈이 슬금슬금 감기고 있을 때 마루에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으아아아아아앙' ... 이제는 그냥 누워만 있을 수 없어 조용히 가만가만 일어나 마루로 2호기를 돌보러 나오면 ... 어김없이 내 뒤에서 들리는..

146. 800일이 된 이 남자는 ...

주원이는 이제 800일을 산 남자다. 오늘을 넘기면 주원이의 이 뜻깊은 날을 그냥 넘겨버릴 것 같은 마음에 열심히 기록을 남겨본다. 짬짬이 .. ​ "여동생을 극진히 사랑하는 주원이" ​ 집에 돌아와서도 주원이의 여동생 사랑은 계속 된다. 생각 날때마다 침대가로 가서 얼굴을 만져주고 엄마가 잠시라도 아기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 자기 볼을 가져다 대고 안아주고 놀라울 정도로 아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공룡사랑" ​ 공룡과 사랑에 빠졌다. 공룡에 관련된 것은 어떤 것이든 다 좋다고 한다. 책, 스티커, 장난감, 하다못해 티셔츠까지 공룡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여 가끔 엄마 아빠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두꺼운, 열댓살이나 되야 볼 공룡책을 계속 읽어 달라고 하여 엄마가 먼저 지칠때도 자주 있다. 공룡에 대..

145. 오빠의 지극한 여동생 사랑 [+792]

많은 글을 작성하기엔 핸드폰은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이 순간 만큼은 잊고 싶지 않은 마음에 기록을 해두려고 한다. 우리가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주원이가 가을이를 어떻게 가족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조리원에 들어와서 우리는 주원이에게 가을이는 "주원이 동생" 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누구의 동생도 아닌 "주원이" 동생이라며. 주원이의 가을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신기했다. ​​ 엄마아빠가 새로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어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기 보다는 옆에 앉아 가을이의 볼때기가 닳아 없어질 정도로 이쁘다를 살살 해주며 토닥거리는가 하면 장난감을 갖가주고 옆에 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가을이가 모자동실 시간이 끝나 신생아실로 올라가기라도 하면 뒤따라 나가면서 운다. 이 오빠의 지극한..

144. 겁많은 우리 아들, 으힝~ 무서워~ [+766]

우리 아들, 주원이는 남자아이치고 감성적이다. (내 생각에) 주변 아들 엄마들은 아들이 거칠고 몸으로 노는 걸 좋아하고 꽃은 밟길 좋아하고 주변 친구들에게 거칠게 대한다고들 걱정하지만, 나는 그런 걱정은 사실 거의 없다. 오히려 주원이는 꽃을 좋아하고 나비를 따라다니며 노는 것을 좋아하고 몸으로 뛰어다니는 것 보다 앉아서 엄마랑 공룡놀이 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아빠와 꼬꼬책(공룡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울면 따라 울고 웃으면 따라 웃는다. 아이들마다 성향이 있으니 남자아이가 거칠지 않다고 하여 걱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요런 장점을 어떻게 살려줄까 싶다. 그러나 딱 한가지 걱정되는 부분을 구지 이야기 한다면.... 겁이 상당히 많다는 것? 동물 울음 소리 흉내만 내도 무섭다는 표시를..

143. 잘 웃는 아이 [+759]

오랜만에 주원이 이모네 집에 들러 많이 큰 봄이를 보고 왔다. 이제 8,9개월 된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조카지만 - 낯을 가리는 것도 있겠지만 - 일관된 무표정으로 맞아주는 봄이, 사실 그것 마저도 너무 귀엽긴 했다. :)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주원이는 고맘때부터 표정이 풍푸했다. 잘 웃고 잘 울고, 좋고 싫음에 대해 명확했다. '음? 얘가 좋아하는 걸까 싫어하는 걸까?' 라는 고민을 많이 안하게 해준 고마운 아가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주원이를 임신했을 때, 다른 어떤 것보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즐거워 하고 함께 슬퍼할줄 알았으면 했다. 그런 공감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길 기도했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아님 정말 아이들은 타고난 기질이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