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체노동의 신성함
한국에 있었을 때에는, 나름 내 머릿속에 있는 나의 이미지는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래도 돈 어느정도 벌어 나 하고싶은거 하며 살 수 있었고 저녁때는 바에서 외국인들과 어울리며 영어의 우월함(우월하다고 착각했지)을 느끼며 자신감을 뽐냈었으며 주말에는 약속을 미리 잡지 않으면 얼굴 보기 어려울만큼 바빴다.
머, 어느정도는 내 상상이겠지만 나름 차도녀 분위기랄까? 나는 내 자신이 서울에서는 그랬었다고 생각했다. 호주에 와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내가 하는 일이 '육체노동', 즉 '현장'일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형사들을 관리하는 검사였다면 이제는 진짜 현장을 뛰어다니는 형사랄까?
(수퍼맨 비유에 이어 웬지 또 차가운 비난을 받을 것 같은 비유지만 썼다.) 차도녀에서 따시녀가 된 (따뜻한 시골 여자?) 느낌이다.
호주에 와서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중 눈에 띄는 하나는 바로 '쌩얼'을 드러내고 다니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_= 일단 집에서는 친구들에게 쌩얼 공개. 어쩔 수 없잖아 -_- 집에서 화장하고 있을 순 없고. 센터에 나가서는 아이들과 얼굴을 부비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화장을 안하고 간다.
뽀뽀라도 했다가 옷이나 얼굴에 남으면 부모들이 좀 그래할까바....
바로 이 모습이 지금의 나의 모습이다 -_-
동일인물인지도 의심스럽겠지만 맞다, 동일인물.
머리할 돈 있으면 한끼라도 밥을 더 사먹는다며 부엌가위로 머리를 잘라놔서 길이가 맞지 않는다. 애들이랑 맨날 밖에서 놀아서 얼굴은 시커멓게 탔다. 안타는 체질인줄 알았더마 아주 시커매졌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나의 모습을 많이, 정말 많~이 바꿔놓았다. 겉모습뿐만이 아니다. 주말엔 약속도 잘 잡지도 않는다.
입에서 제일 먼저 터져나오는 말은 '쉬고 싶다' 이며 주말이 얼마나 소중한지 하루하루 매일같이 느낀다. 더 나아가 육체노동이 얼마나 힘든건지, 현장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새삼 존경심을 갖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가서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늘 가장 최전방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가며 어떤 일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역시나 약속을 잡지 않은, 비오는 주말에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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