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결말리뷰

[영화] Man of steel(2013) - "네 정체는 무엇이냐?!"

lifewithJ.S 2013. 6. 17. 10:48




근 30년간을 영웅물 팬으로 지내오면서 나는 그 수많은 DC와 Marvel의 맨시리즈 -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엑스맨, 수퍼맨, 배트맨, 그리고 끝없이 나오는 맨들 - 들을 보면서 꿋꿋이 '배트맨'을 순위 1위에서 떨어뜨려본 적이 없다. 나름 내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서 배트맨은 늘 1등이었다. 수퍼맨은 늘.... 하위권 중에서도 하위권. 왜그랬었냐고? 내 머릿속에 계속 머무는 수 많은 맨들의 이미지 중에서 배트맨은 '가장 인간적인 영웅' 이었고 수퍼맨은 '가장 인간같지 않은 영웅' 이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 복수를 다짐하고 재산으로 자신의 비밀 기지를 만들고 초능력이란 초능력은 절대 없어서 과학과 순수한 자신의 체력만 사용하는, 우수에 찬 배트맨 vs 우주에서 갑자기 뚝떨어진 하늘을 종횡무진 날라다니는 걱정 하나 없는 녀석 수퍼맨? 나에겐 늘 배트맨이 우위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내 머릿속의 두 영웅의 이런 이미지는 지금까지 변한적이 없다



토요일, 화재의 영화 "Man of steel"을 보았다. 사실 내 순위권 최하위에 있는 '수퍼맨' 이기 때문에 이번에 패쑤...? 하려다가 다시 생각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제작 원안을 맡았다네? 안보면 놀란 감독님 서운해하시겠지. Favorite list에 올라가있는 감독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그래서 결국 가서 봤다. 보고나서 느낀 것을 가감없이 적어본다, 물론 관람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원하는 분만 볼 것 





1. 수퍼맨 비긴즈, 인간이 되길 원하다. 


배트맨 비긴즈를 보고 나서 느꼈던 느낌이 고대로 살아난다. 영웅들의 과거를 밝혀 개연성을 주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 되고 있고, 마치 이 영화는 '수퍼맨 비긴즈'를 보고난 기분을 준다. 드라마 '스몰빌'의 스토리를 '배트맨 비긴즈'의 영상과 음악과 화면에 가져다 둔 느낌이랄까? 



영화는 이 영웅이 머리도 헝클어지고 물에 빠지면 엉망진창이 되기도 하고, 고민하고 화내고 지치기도 하고, 부모님을 사랑하고 사춘기를 겪으며 한여자를 사랑하는 그런 '인간'으로 보여지길 바랬다. 끊임없이 고뇌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내가 인간일까, 괴물일까' 스몰빌은 긴긴 시즌을 수퍼맨의 어린시절을 조명하고자 하는데 영화 한편 안에 그 모든 것을 다 드러내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겠지. 그렇지만 최대한 '인.간.적.인.' 영웅이 되길 바라는 의도는 열심히 전달된 것 같다. 그는 외계에서 왔을지 모르지만 지구에서 자랐다고 대사를 몇번을 때리던지. ㅋㅋㅋ 


 

2. 붉은색과 푸른색을 벗다. 



어둠은 배트맨의 전유물이었다. 수퍼맨은 늘 태양에너지를 받아 움직이는 날라다니는 태양열 자동차 같아서 그의 이미지는 어둠이라기 보다는 '빛'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등장한 수퍼맨은 이게 배트맨인지 수퍼맨인지 헷갈릴 정도로 어둠을 많이 갖고 있으며 화려하지도 않다. 그것은 누구나 다 화면의 색감을 보며 느꼈을 것이다. 오리지널 수퍼맨을 생각해보자. 파란 스빤 전신 타이즈에 빨간 망토와 빨간 빤쭈...... 원색적인 빨강과 파랑이 화면을 화려하게 수놓는 것이 수퍼맨 영화의 특징이었다. 


빨강 파랑 원색 대비가 뚜렷한 원조 수퍼맨, 이런게 원조지


빨간색과 파란색은 미국의 상징이자 수퍼맨의 상징이었다. 오랜시간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수퍼맨은 그 수트에서부터 '나는 미국수호자예요' 라며 날아다녔었는데 이젠 아니다. 언뜻보면 수트 색도 잘 보이질 않는다. (나만 그런가) 왜 난 의도적으로 그랬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거지? =_= 제너럴 조드가 처들어 왔을 때에도 물론! 미국이 가장 기본적인 배경이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장면이 나오고, 수퍼맨이 해야하는 일은 '전세계의 인간'을 구하는 것이다. 이제 더이상은 '미국'의 수퍼맨이 아니라 '세계의' 수퍼맨이고 그래서 빨강 파랑을 집어 던지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직 거무스름한 스빤 수트 크리스토퍼 놀란의 수퍼맨은 나에겐 약간 어색하다. 



3. 놀란 식으로 표현하다. 


그래,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초능력을 쓰는 외계인 수퍼맨인 만큼 날라다니고 무진장 힘쎄고, 액션 스케일은 베트맨이 따라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_-; 건물 몇개는 마구마구 뿌셔뿌셔 하면서 제네럴 조드와 싸워대는 마지막 장면은 입이 딱벌어지게도 하고 엄청난 속도로 요리조리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스케일이 커서 배트맨이 역부족 일 수도 있겠다. 싸우는 장소도 도시에 국한된게 아니고 막 지구 밖까지 나가서 인공위성을 뿌셔뿌셔 하고 있으니 말이다. ㅠㅠ


그럼에도 이 영화가 배트맨 영화에 빙의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놀란식' 영화라는 것에 있다. 어휴, 깜짝이야! 놀란... 이런거 말고 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 크리스토퍼 놀란 식 영화라는 이야기이다. 내가 얘기해놓고도 어이가 없네. -_- 



화면을 그려내는 스타일이나 음악은 완전 그의 스타일 놀란 스타일 고대로이고 영웅을 탄생시키는데 꼭 필요한 멘토도 똑같이 등장한다. 실제로 이미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은 포로샵 기술을 동원하여 두 영화를 비교하고 포스터를 합치기도 하고. 난리가 났다. ㅋㅋㅋ 나만 느낀게 아니지. 내 옆에서 보신 분도 끝나자마자 '이거 배트맨 본거 같은데' 라는 감상평이 바로 나왔잖아. 


요런 포스터가 이미 나돌고 있다능 -



영화는 재미있게 보는 것이 목적이니 분석하면서 보지 말도록 하자. 요건 나에게 하는 말이야. 즐겁게 보기는 했지만 이거 배트맨 빙의된 영화 보는 것 같아서 계속 분석하면서 요거 머야 요건 이거네 하면서 보는 건 별로 안좋은 것 같아. =_= 머리 써가면서 영화보다니, 머리 식히려고 보는 영화였는데 -_ㅠ 그런 의미에서 아무 생각없이 머리 식히면서 괜찮은 액션영화로 즐기기에는 요 영화가 딱이다. 보고나면 '야, 꽤 시원하네!' 하는 느낌, 분명 받게 된다. 안타깝지만 3D는 보기만 해도 어질어질 토할 것 같은 이유로 패쑤해버렸지만 3D로 보면 멀미날 것 같은 괜찮은 화면도 많다는 것. ㅋㅋ 좋아 수퍼맨, 내 순위권에서 약간 올라오긴 했다만 아직 멀었지. 놀란 감독님, 수퍼맨 그만 만들고 이제 다시 배트맨 더 만들어 주시면 안되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