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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울시립미술관, 고갱전, 덕수궁 데이트

lifewithJ.S 2013. 7. 15. 07:09




2013년 7월 6일 


데이트를 하러 어디로 가면 좋을까는 참, 늘 고민하게 되는 것 중 하나인 것 같다. 사실 둘이서만 있어도 좋은데 둘이 만나서 '뭘' 하지? 하는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은 늘 첫번째 순서가 맛있는 거 먹기. ㅋㅋㅋㅋㅋㅋ 역시 나는 먹순이. 두번째가 바로 문화생활이다. 혼자서는 하기 힘든 문화생활, 둘이라면 늘 걱정없다. 생각해보니 난 혼자서도 팀버튼전도 다녀오고 영화도 잘 보러가고 했었지만 역시 둘이서 하는 것과는 달라. 둘이 함께 하면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른 시각을 서로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재미가 배가 되더라구. 



아무튼, 고민을 하다가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고갱전'을 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우리는 고갱님을 만나보러 가기로 결정! 


안녕하십니까 고갱님, 이런거 말구 진짜 고갱님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있던가? 아는 거 없이 보면 아무런 강흠이 없을 수도 있다는 그 경험, 얼마나 많이 했더라? 아, 맞다. 유럽여행가서 .... 수와 갔던 유럽여행, 걍 가는게 좋았던 나랑 공부를 완전 꼼꼼하게 다 해갔던 수. 공부 안해간 나는 콜로세움을 봐도 돌덩이를 보는건지 콜로세움을 보는건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다비드상인지 비너스상인지. ㅋㅋㅋㅋㅋㅋㅋ결국 수가 나에게 다 설명해줘야 했어서 수를 고생시켰던 기억이. 그렇게 당한게 수뿐만 아니었다. 여유롭~게가 내 신조였기 때문에 당한사람 좀 많다. 이번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J오빠를 만나러 달려 갔다. 고갱전이 어디서 하더라? 아. 시립미술관 


장소 : 시립미술관 

가격 : 성인 1인당 13000원 

가는방법 : 시청역에서 내려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간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는게 참 좋다. 햇빛이 따사로운 날이었는데, 얼마나 예쁘던지, 어떻게 사진을 찍든지 예쁘게 나온다. 한국적이면서도 외국같은  예쁜 거리. 


우리가 선택한 루트는 요런 루트


아, 요기 가는 길에 림벅 와플이라고 너무너무너무 맛있는 와플집이 있다는 동생 말을 듣고 림벅 와플을 하나 물고 가기로 결정했다. 와플이 머 거기서 거기지 했는데 아, 하나 받아 물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맛이 좋더라구. :) 역시 맛있는게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ㅋㅋㅋㅋㅋ 순식간에 시킨 자몽 생과일 쥬스와 와플 2개를 먹어 치워버렸다. 


고갱전이 펄럭펄럭


여러 벼룩시장 들이 줄줄이, 그림을 팔기도 하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가며 늘어서 있는 벼룩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팔찌도 하나 사고 덩그러니 서있는 화려한 피아노를 뚱땡뚱땡 쳐보기도 하고 하면서 따사로운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맘에 쏙드는 따뜻한 데이트 :)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고갱전. 와, 오전이었는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 이렇게 고갱을 좋아했던가? ㅋㅋㅋㅋㅋ 나도 고갱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었는데. 


요런 사진은 필수지!


고갱전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나야 워낙 시립미술관 건물 자체를 좋아하니까 가기만 해도 좋았다. 팀버튼전을 한번은 팀버튼전 자체를 보러, 한번은 시립미술관을 보러, 혼자 두번이나 찾아갔을 정도로 시립미술관을 사랑한다. 혼자 왔었을 때보다 둘이 왔더니 그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고갱전 자체는 의외로 설명이 많이 되어 있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안한 사람도 찬찬히 글을 읽으면서 참고할 수 있다. 나도 그림에 대해 알고 간게 별거 없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머릿속에 담고 왔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았던 작품을 두개 꼽자면 첫번째는 아무래도 고갱의 최고의 작품,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였다.  고갱전의 하이라이트!!!!! 


제목부터 심오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크기에서 압도당하고 화려함에서 압도당한다. 또 그림 안에 촘촘히 있는 다양한 상징물들에 다시 한번 압도, 세번 압도당한다. 하나하나 찬찬히 보는데 시간도 꽤 걸린다. 3층 전시관 한 가운데서 요 그림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고갱의 가장 하이라이트 작품이라는데, 제목조차도 너무너무 심오한데 정작 나는!!!!! -_- 이런 작품을 모르고 있었다니, 역시 고갱은 나에게 생소한 분이셨나보다. (귀짜른 고흐씨는 좀 잘 아는데) 


요런 그림에 압도되고 아, 전시회는 끝났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나를 매료시킨 작품은 의외의 곳에서 발견되었다. 맨 마지막 전시회장에는 고갱이 유명해지기 전에 그렸던 습작들이 모여있던 작은 전시방이었는데 거기에 있던 그림 하나가 눈길을 오랫동안 끌었다. 



맘에 들었던 작품 '꿈꾸는 소녀'


고갱의 스타일이 정립되기 전에 그렸던 요녀석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게 해주었다. 색감이 강한것도 아니고 웬지 부드러운 것이. 맘에 들어. >_< 그도 그럴 것이 이 그림은 고갱이 그렇게 사랑하던 딸 알.린.느.가 4살이었을 때 그녀를 화폭에 담았던 것이다. 알린느가 깰까봐 서둘러 그렸던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알린느가 일찍 죽은게 얼마나 슬펐던지. ㅠㅠㅠㅠㅠ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고갱의 삶. 




고갱전을 다 돌아보고 나오는데 대략.... 2시간 정도가 걸렸다. 우리는 특별히 설명을 따라다니면서 들은 것도 아니고 그냥 느껴지는 대로 자유롭게 마음 내키는대로 보고 다녔는데 2시간 정도 걸렸다는거. 


이번 전시회에서 고갱은 '낙원을 그린 화가'라고 지칭되어 있었다. 그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정말 낙원이었을까? 그가 타이티에서 머물면서 그린 그림들, 대부분은 타이티의 소녀들,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의 사는 모습을 사진을 보듯 그의 방식대로 화폭에 담아낸 고갱은 타이티의 생활을 낙원의 생활이라고 여겼을까? 


수 많은 작품들이 타이티 사람들, 타이티 풍경, 타이티 타이티 타이티 였는데 그만큼 그는 타이티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었나. 사람은 그림을 그리다 보면 좋아하는 걸 계속 그리고 싶어하는 게 있긴 있는 것 같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 현실적으로 그리는게 아니라 내 맘대로 보이는대로 그들을 그리는 거. 어쩌면 그 사람들이 나의 낙원인가보다. 


 여유로운 토요일, 오빠와 간만의 문화생활로 기분도 업, 아름다운 덕수궁 돌담길로 마음도 따뜻해지는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