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3/278] 어린이집 적응기 - 1주차

두 아이의 엄마/아이들과 토닥토닥

2018. 3. 27. 22:32

[어린이집 1일차]
아들은 아마 키즈카페에 온 줄 아는 것 같다. 친구들을 목말라 했기에 그런지 엄마가 잘 안보여도 잘 놀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 것 같다. (멀리서만 봐서 그렇게 보인다.) 딸램은 여기가 어디냐며 엉엉 울었다. 엄마가 뒷모습만 보여도 울었다. 여기는 갈길이 멀 것 같다. 


[어린이집 2일차]
어린이집 가자고 하니 졸린 눈을 부비고 얼른 일어나는 첫찌. 친구들이 기다린다며 가방도 스스로 메고 얼른 집을 나선다. 왠지 느낌이 좋다. 어린이집에 가니 아들은 어김없이 자기 반으로 후딱 들어간다 - 아들하나 적응시키려고 왔으면 뭔가 서운했을 것 같다 - 서운할 틈 없이 둘찌 가을이가 또 선생님을 보고 울어준다. 엄마 살만 떨어지면 울어대니 엄마가 오빠를 보러갈 틈이 나질 않는다. 언뜻 보니 잘하고 있는 것 같아 그냥 내비두기로 했다. 


[어린이집 3일차]
딸램이 왠일로 열심히 이유식을 잘 먹더니, 어린이집에서도 울질 않는다. 요지부동이던 녀석이 오늘은 조금 움직여본다. 장난감도 갖고 놀아보고 선생님을 빤히 쳐다보기도 한다. 한시름 놓고 있으니 이번엔 저쪽 반에서 우리 아들 목소리가 들린다. 울고불고 소리지르고 야단났다. 슬쩍 들여다보니 선생님께서 같은 반 친구가 집에서 갖고 놀던 장난감 카봇을 들고 왔는데 그게 자기꺼라고 울었다고 한다. 일단 선생님께 맡기고 뒀는데 친구들이 다 오전 산책하러 나가는 길에 따라나서지 않겠다고 고집부리고 반에 있더라. 슬쩍 들여다보니 한참 울었는지 눈이 버얼겋다. 하아.. 아이도 안쓰럽지만 선생님도 고생하셨겠다 싶어 마음이 짠했다. 친구들 다 나갔는데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모습도 짠했다. 얘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갑작스럽게 나 특유의 걱정이 밀려왔다. 키즈노트에 걱정을 한가득 담아 선생님께 메세지를 전달하고, 선생님께서 걱정하지 마시라는 답변을 해주셨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찜찜했다. 너무나 자유로운 영혼 우리 첫찌, 더 데리고 있어야 했나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는 규칙과 나누는 법을 조금씩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엄마 마음은 참 어렵다. 
가을이가 콧물이 나오기 시작해 잠시 병원 다녀오는 동안 아들은 어린이집에서 기다리라고 했더니 엄마 따라 나오지도 않고 교실에 그냥 남아있더라. 그래서 한시간 가량을 병원 다녀오는데 소비하고 돌아와 아들을 픽업해왔다. 한시간 정도 엄마랑 떨어져있었는데 그래도 씩씩하게 잘 있었던 듯. 


[어린이집 4일차]
아빠가 휴가인 날이라 출근을 하지 않자 집에 있는 아빠와 더 놀고 싶었는지 아들이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했다. 엄마랑 동생이랑 갈 때면 후딱 뛰어나오던 놈이 양말도 안신는다고 하고 겉옷도 안입는다고 하고 신발은 엄마 슬리퍼를 신고 간다고 했다. 그래, 네 맘대로 해봐라 하고 겉옷도 안입히고 슬리퍼를 신겨서 데리고 나오니 넘어져 울고불고. 신발을 제대로 신켜 나오니 안간다고 대성통곡. 그래도 우산을 씌워주니 우산드는 재미에 어린이집까지 걸어갔다. 또 어린이집에 가니 후딱 자기 반으로 신발 벗어버리고 쏙 들어가는 아들. 네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오늘 딸램은 아주 잘 지냈다.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워도 선생님과 잘 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번씩 웃어주고. 그래도 엄마만 보이면 후딱 기어와 안아달라고 손으로 내 무릎을 탁탁 쳤다. 어린이집은 너무 일러 어려울 것 같았던 가을이가 무사히 잘 적응하고 있는 듯 하여 안심했다. 
아들에게 '엄마 잠시 병원 다녀올께~' 라고 하니 후다닥 뛰어나온다. 같이 가자고 하길래, '아들도 병원 갈꺼야?' 물으니 안간단다. 그러나 그 작은 방에서 친구들이랑 버글버글하게 있는게 답답했는지 거실에서 놀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과 거실에 놀게 두고 얼른 뒤돌아서서 나왔다. 
오늘에서야 '아이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은 사실은 제목만 그렇고 내용을 살펴보면 '엄마는 잘 해낼수 있을까?' 라는 고민임을 알게 되었다. 


[어린이집 5일차]
일주일이 이렇게 길어보긴 또 처음인 것 같다. 어제 집으로 오기 전에 어린이집에서 아가인형을 갖고 집에 가야한다고 울부짖었던 아들이었기에 오늘아침에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하는 아들에게 '아가 인형이 어린이집에서 기다리는데?' 라고 했더니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내 옷도 안입는다고 하고 집에서 애니멀킹 갖고 놀겠다고... 하아... '그럼 아들은 집에 있을래?' 라고 하니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다. '정말 엄마만 가도 되는거지?' 끄덕끄덕. 가을이만 데리고 집을 나서니 문닫힌 저 너머에서 아들이 대성통곡을 한다. 문을 열어주니 후다닥 나온다. '같이 갈래?' '눼' 오늘은 안울고 넘어가는 줄 알았더니 오늘도 한번은 울고 시작. 정작 가는 길은 엄청 즐거워한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또 씩씩하게 교실로 후다닥 들어가서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아들. 마음이 오락가락 하나보다. 예전에, 처음으로 초등학교에서 수련회를 가게 되었을 때, 나는 아침에는 가겠다고 하고 저녁에는 집에 있고 싶다고 울었단다. 엄마는 여지껏 그 얘기를 한다. 그러기를 1주일을 하고 수련회를 결국 갔다고 했다. 우리 아들이 누굴 닮겠냐, 나를 닮겠지. 

오늘의 가장 큰 수확은 우리 가을이가 엄마 없이 너무나도 잘 놀았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오늘은 가을이가 1등이라며 칭찬해주시고 딸램도 1시간 적응시간이 지나 가기 아쉬운지 계속 선생님이랑 같이 놀고 싶어했다. 걱정했던 가을이는 오히려 점점 잘해나가고 있다. (가을이는 신랑 성격 닮았나보다) 

1주일의 적응시간이 끝났는데, 얘들아. 부디 주말동안 어린이집을 잊지 말길 바란다. 다음주에 마치 다시 시작하는 것 마냥 울고 하면 엄마도 울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