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콩알콩알

122. 엄마, 제발 알아주세요! [+530]

lifewithJ.S 2016. 9. 21. 10:26




주원이는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이렇다하게 떼를 부려본적이 없다. 

요새는.... 일단 떼로 시작해서 떼로 끝난다. 


예전 차일드케어센터에서 일할무렵, 정말 심하게 떼부리는 애들이 있었다. 

바닥에 누워 울고불고 숨을 참고 별짓을 다하더라.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다.

영어로는 "throwing a tantrum"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탄트룸을 부릴때에는 

그냥 냅두는게 상책이라며 어떤 방법으로도 안말려진다고 스탭들이 이야기했다. 

당시만해도 '아, 저런 애들이 있구나' 했는데 이제 그 저런애가 우리애다. 


하고 싶은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리고 갖고 싶은건 꼭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주원이, 대단하다. 친정 부모님은 얘가 해도 뭘 대단한걸 해낼거란다. 정말 한고집한다. 자아가 생기면서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생기지만 말로는 다 표현이 안되어 생기는 떼라고 들었다. 생각해보면 주원이는 참 말을 많이 한다. 무슨 말인지 알수는 없지만 하루종일 떠든다. 그런데 그중 엄마가 알아듣는 것은 절반도 안되니 답답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마치... "엄마! 제발 내가 하는 말좀 알아주세요!" 라고 하는 것 같다. 


엄마가 다 알아듣지 못해 미안해! 


아, 쪽쪽이(공갈젖꼭지)를 뗀 것이 짜증의 한몫을 하는 것 같긴 하다. 

늘 주원이의 가장 큰 위로였던 쪽쪽이를 엄마가 큰맘먹고 다 없앴다. 

사실, 자기가 물고 싶어할때까지 물려주려고 했건만... 이가 나면서 다 씹어놔서 걱정스러워 더는 물려줄수가 없었다. 결국 쪽쪽이는 바이바이! 하루이틀은 어마무지하게 울면서 잤다. 자다가 중간에 깨거나 하면 쪽쪽이를 물고 다시자곤 했는데 이제는 가차없이 일어나 운다. 그래도 한번 시도한 것, 무라도 썰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마음 단단히 먹고 안주고 있는데... 이 여파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신나게 시작한 김포현대 물놀이, 역시 더 하고 싶다고 울며 끝났다








추석 연휴는 길었다. 

토일까지 연결되어 무려 5일을 보냈다. 

나는 추석의 초반은 내가 책임지겠다던 갈비찜과 씨름하며 보냈다. 

그래도 양쪽집 모두 만족스럽게 갈비찜을 먹을 수 있었고, 

두 어머님의 손을 많이 덜어드린 것 같아 기분 좋은 명절이었다. 


주원이는 사촌 누나와 형을 엄청 좋아한다. 왠만해선 엄마 아니면 하지 않는 애정표현도 형과 누나에게는 서슴없이 한다. 목을 끌어안고 뽀뽀를 하고. 아이들끼리라 서로 통하는 걸까? 지난번 추석때에는 거의 누워만있던 주원이였는데 이번 추석에는 누나형과 함께 걸음마 연습도 무지 많이 하고 엄마가 해간 맛있는 고기도 열심히 먹었다. 




친정과 시댁 모두 서울인 우리집은 명절때 서울을 벗어날 일이 없다. 

많은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지. 다른 주말과는 달리 텅빈 서울의 주말을 맞는 것도 꽤 괜찮다. 엄마와 아빠가 곧잘 데이트를 하곤 했던 종로로 아침 일찍부터 나섰다. 


세종로에서 분수놀이도 하고 걸음마 연습도 하고 교보문고에서 보고 싶었던 책도 실컷 보고 오랜만에 아기와 함께 여유롭고 즐거운 주말을 보냈다. 


오랜만에 사진을 찍었는데... 튼튼해진 다리를 보고 놀랐다

걸음마 연습은 어디서든 계속된다



세종로는 여전했다. 그 주말, 그 시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세월호 천막의 사람들에 우리집남자1과 나는 숙연해지기도 했다. 세월호, 어느새 2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밝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니 단지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라는 감정이 밀려왔다. 부모가 되고 나니 그 감정은 전보다 더 커졌다. 명절이어서 더 슬플 유가족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주원이와 함께 국화꽃을 놓고 기도를 하며 자리를 떠났다. 







쪼꼬미는 혼자 먹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여전히 엄마가 먹여줘야 제대로 먹지만 이제는 그래도 제법 그릇에 담긴 것을 자기가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집에서는 여전히 열심히 타요를 보며 엄마 먹여주세요 모드지만 밖에서 밥을 먹을 때엔 동영상보다 자기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게 더 즐거운가보다.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고, 맑고 깨끗하고 높은 하늘을 보니 가을인게 실감이 난다. 

블로거 중 한분이 책 리뷰를 하시면서 이런글을 써두셨었다. (책 내용이었던듯) 부모는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아이에게서 찾으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모자란 부분은 자신이 채울줄 알아야 한다... 는 내용이었다. 


최근에 나는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공부까지 하느냐 여념이 없다. 그런 가운데 또 몇몇 사람들과의 머리아픈 관계적인 문제가 생겨 하루하루가 쉽지 않은 날이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아이가 하루하루 자라나듯, 나도 하루하루 자라고 싶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오늘 하루도 또 힘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