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 결혼후 첫 생일

lifewithJ.S 2014. 5. 3. 09:30



결혼 후 처음으로 맞는 생일 하루, 어떻게 보냈을까? 나름 기록을 남기고 싶어 사진을 하루종일 내내 찍었다. 

총총 계단을 내려왔는데 우리 시할머니께서 빨래를 널고 계시다가 기다리라고~ 기다리라고 하시면서 후딱 

집에 들어가셨다 나오시면서 손에 쥐어주신 용돈! 오늘 케이크 오빠랑 사먹으라며 주힌 귀한 용돈. 

할머니, 감사합니다. 


오늘은 조별 발표 수업 준비가 있는 날이라 오랜만에 책을 두둑히 가져왔다. 

주부라 내야하는 전기요금고지서도 함께... 전기요금 오늘까진데 늦으면 안되는 거지. 


늘 걷는 길이지만 오늘은 좀 색다르게 보인다. 기분도 좋고 컨디션도 좋다. 날씨도 맑다. 

제대로 생일기분! 생일이니 친정 엄마랑 전화 한통 나눴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빠한테도 한통 할걸. 


학교에 다다랐는데 오늘따라 학교가 무쟈게 이쁘다. 이맘때 가장 예쁜 우리 학교, 이맘때 가장 바쁜 우리 학생들. 

오늘은 약속이 있어 학교에 일찍 왔다. 내가 좋아하는 연구원 선생님과 점심약속. 


학교 앞이지만 학교 앞 같지 않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브런치를 얻어먹고 선생님과 함께 

맑은 날씨의 학교 앞 거리를 음료수 하나와 함께 걸어다녔다. 기분 좋은 바람. 


수업이 끝나고 나니 어느덧 다섯시가 훌쩍 넘었다. 

오늘은 푹~ 삶기가 있는 날이기에 서둘러 나들목 카페로 향한다. 

푹 삶는 날은 걸음이 한결 가볍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 


동갑내기지만 늘 언니같은 이끔이 친구와 무한대 수다. 

그리고 푹삶기 시작. 여러가지를 생각하며 감사한 순간이다. 


우리집 남자, 마침 동대문구 가교 사람들을 모았다. 

생일 기념 저녁식사 한턱내기! 목자님이 소개하신 

한우가 싸고 맛있다는 식당으로 다섯명 출동! 


한우통? 마장동? 처음 와보는 동네다. 이런 정육 가게는 거의 처음이다. 

게다가 한우 꽃등심? 처음이다!!!!! 김어준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그 한우통에 왔다.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불판이 지글거린다. 아... 배고파.... 

내 뱃속도 지글지글지글지글지글지글지글지글 


드디어 나온 꽃등심! 등심에 꽃 그림이 그려져 있는 줄 알았다. 

이래서 꽃등심이라고 하는구나. 정말 맛있다. 그 담에 먹은 갈비살도 

살살 녹는다. 하누하누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저녁 식사를 즐겁게 마치고 커프로 돌아오니 가교 친구 휘가 케이크를 준비해놨다! 

초가 겁나게 많다. 초 켜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생일을 함께해준 친구들에게 감사를.


 



신기하다. 결혼 후 첫 생일은 가장 특별하게 우리집 남자와 단둘이 보낼 것이리라 늘 생각해왔다. 그러나 나는 가장 평범하게 공동체와 함께 생일을 보냈다. 그리고 평범한 생일을 보내면서 얼마나 한 순간순간이 평범하다는 것에 감사했는지 모른다. 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결혼 후 첫 생일은 가장 행복했던 생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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