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콩알콩알

72. 생애 첫 응급실

lifewithJ.S 2016. 1. 9. 21:23



일단 급한대로 (다른 컴퓨터를 사용중에 있어) 그래도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기록을 남기고 싶어 우리집 남자 1,2가 모두 잠든 틈을 타 일기를 쓴다. 


맞다, 엊그제 우리 쪼꼬미 생애 첫 응급실을 다녀왔다. 

왜냐고? 갑자기 지독해진 감기가 모세기관지염으로 갑작스럽게 번지면서 열이 무려 39.7도까지 났기 때문. 병원에 가면 예전 소아 응급실에서 실습할 무렵 늘 봤던 장면, '옷 홀딱 다 벗겨주세요' '미온수로 닦아주세요' 라는 장면이 펼쳐질 것임을 알기 때문에 집에서 최대한 버티던 엄마는 결국 열감기 앞에 백기를 들고 집앞 고대병원 응급실로 아가를 들쳐매고 갔다. 어휴... 


야근 하던 아빠는 응급실 소식에 결국 야근도 다른 분들께 맡기고 서둘러 돌아왔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된 순간. 

'해열제 언제 먹이셨어요?' '6시 30분이요' 

'아직 얼마 안되었으니 옷 다 벗기시고 여기 물로 닦아주세요' 


그.래.도 혹시나 모를 상황에 병원에 있는게 낫겠지라며 스스로를 위로, 엑스레이 촬영결과 폐렴으로는 진행되지 않았으니 한시름 덜었다며 다시한번 스스로를 위로. 




집에 와서도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는 열 때문에 엄마는 계속 비상대기조다. 숨쉬기조차 어려운 우리 아가는 열이 올라 쳐져있다가 내려가면 다시 조금 웃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전에도 한번 엄마의 '결정' 에 대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아니 어쩌면 늘 하고 있는 고민일 것이리라. 나의 결정이 아가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특히 건강에 있어서는 그럴 것이다. 예방주사를 일일이 다 챙겨 맞추기로 한 나의 결정과 예방주사를 필요한 것만 골라 맞추겠다고 한 친구 음율이네 엄마의 결정. 38도가 넘으면 지레 겁을 먹고 해열제부터 부랴부랴챙기는 새가슴 나의 결정과 40도까지는 해열제를 아껴두라는, 그렇게 아이들 키웠다는 우리 가교 목자 언니의 결정. 어떤것이 아가에게 최선일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앞으로의 결정도 많은데 지나간 결정에 후회도 된다. (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 그렇게 되더라) 



'그때 약간의 기미가 보였을 때 병원에 갔다면 지금 우리 쪼꼬미 이렇게 고생 안할텐데'

'친정 아빠가 병원가자고 할 때 이정도는 별거 아니라며 더 심해지면 가겠다고 하지 말걸' 

'시험을 앞두고 공부핑계를 대고 주원이를 많이 못봐줘서 그렇게 된게 아닐까?'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늘 되묻는다. 초보엄마의 하루하루는 행복하지만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