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콩알콩알

109. 처음 바다를 맛보다 - 쪼꼬미의 부산여행 [+446]

lifewithJ.S 2016. 6. 29. 11:00




3일간의 부산여행을 마치고 와서 우리 쪼꼬미는 아팠다. 열이 39도까지 나고 그바람에 엄마아빠는 다시 비상모드. 아마도 첫 긴 여행이 무리가 되긴 했나보다. 그래도 주원이는 여행을 다녀와서 더욱 활기있어지고 더욱 즐거워 보인다. 여행은 어른에게나 아가에게나 다 그런건가보다. 일상의 활력. 


이번 여행은 우리집남자1의 생일을 축하하며, 8년된 외국인친구의 한국인 여성과의 결혼을 축하하며 통역을 맡고, 주원이에게는 첫 KTX 승차 및 바다를 본다는 데에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멋진 여행이었다. 그리고 멋진 여행이길 바라며 계획을 열심히 세웠고 아가 컨디션 조절도 열심히 했다. :) 숙소도 돈은 좀 들겠지만 멋진 곳으로 예약을 했고 덕분에 3일간을 빡빡한 스케쥴로 그러면서도 여유있는 계획대로의 여행이 되었다. 그러기도 참 어려운데, 맘 넓은 우리집남자1이 많이 도와줘서 가능했고 낯을 안가리고 어떤 이모에게나 철썩철썩 붙어 이쁘게 웃어준 주원이 덕분에 가능했다. 



서울역까진 주원이 할아버지 덕분에 편하게 이동. KTX에서는 기차 창문 밖을 보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타고가는 내내 꿀잠을 자서 엄마는 덕분에 편하게 이동. 울산에 사는 예전 친구를 만나 맛있는 밥을 먹고, 오랜만에 엄마는 수다회포를 풀고 :) 


다음날은 엄마가 사회 통역을 하기로 한 친구 결혼식.

결혼식장까지 가는 KTX 시간이 애매해서 그것도 우여곡절 끝에 부산 지하철을 타고 시청까지 이동. 이동시간이 생각보다 여기저기서 많이 들긴 했구나. 그래도 그 시간도 즐거웠다. 주원이가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참 잘 있어줬다. 



반가운 얼굴을 많이 만난 친구의 결혼식, 예전 직장 동료들을 많이 만났다. 다들 주원이를 예뻐해주고 주원이는 이모들, 삼촌들을 참 좋아했다. 덕분에 엄마는 마음 놓고 사회통역을 무사히 잘 마쳤고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보면 우리집남자1에게는 무척이나 뻘쭘한 자리일 수도 있었는데 내 친구들에게 농담도 잘 던지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 모습에 마음이 놓이고 고마웠다. 


결혼식에서 나와 이제 정말 해운대로 향했다. 

부산 택시아저씨들 무섭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참 친절하더라. 서울에서 택시 탔을 때에는 우리 그 무겁고 큰 가방을 보고는 트렁크만 딱 열어주시던데 부산 택시 아저씨들은 다들 일부러 나와서 짐을 직접 넣어주셨다. Impressive. 감사합니다. :) 역시 편견은 맞지 않는 경우가 많구나. 


주원이는 태어나 생전처음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주원이에게는) 바다를 만났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와 넓디 넓은 바다의 모습에 우리 쪼꼬미는 질겁했다. ㅠㅠ 내려만 놓으면 울고불고 난리. 



결국 바닷가에만 오면 엄마 아빠한테 완전 꼭 붙어 있었고 아니면 머어어얼리 백사장 모래밭에 내려두면 겨우겨우 모래를 슬쩍 만져보는 정도... ? 주원이에게 바다는 너무나도 크고 엄청난 존재였던 모양이다. 원래도 겁이 많지만 바다소리만 들리면 거의 엄마아빠와 합체모드였다. 



그래도 약간의 모래장난을 하고 바다구경을 조금 하고 나니 아빠가 치는 장난에는 야아악간 웃긴 했지만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다가 호텔로 들어가야만 원래의 주원이로 돌아왔다. 


호텔이 해운대 바로 앞이었어서 편안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차를 빌리지도 않았고 쪼꼬미가 있어 이동하기가 어려울 거라 생각하여 엄마가 한달 가까이를 고민고민하고 돈을 아껴 -_ㅠ 고른 호텔이었는데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위치가 좋고 깔끔했으며 무엇보다 쪼꼬미가 방을 참 좋아했다. 방 침구가 좋아서였는지 방에만 오면 금새 스마일, 신이 나서 방방 :D 



아빠 생일 파티도 잊지 않았다. 

큰 케이크는 아니지만 맛있게 생긴 조그마한 케이크를 호텔 빵집에서 골라와 초를 꼽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요런 모든 시간을 가능하게 해준 우리집남자1, 생일 완전 축하해요. :) 



3일이 눈깜짝할 사이에 가버렸다. 

부산여행은 무려 두달전부터 기다리고 계획했던 여행이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너무나 짧아 아쉽기는 했다. 그러나 여행은 늘 짧고 아쉬워 더 행복한 추억으로 남는 것 같다. 일상을 지내다가 그날의 추억이 문득문득 떠올라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이제 15개월인 우리 아가가 여행을 뭘 알겠냐만은 확실한 건 세식구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고, 앞으로 더 많이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마음이 퐁퐁 생겨난 것이다. 누군가가 아가를 데리고 여행가면 육아의 연장선이라 그리 멋지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육아의 업그레이드 버전같은 느낌이었달까. 우리 가족은 여행내내 바다에 취해있었다. 


다음번에 바다를 보는 건 아마 2,3달뒤 제주도에서일 것이다. 

쪼꼬미야, 우리 그때까지는 열심히 연습해서 바닷가를 걸어다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