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NICU 14일 실습일지

일상

2014. 8. 13. 18:59




NICU 14일간의 실습, 그간 단 한번도 다른 생각도 못하고 지내왔다. 그 간에 적었던 메모, 옮겨둔다. - 






NICU 1일째 (DAY)

첫날, 신생아실과 연결되어 있는 NICU, 전에 신생아 실에서는 실습해봤지만 

여기는 처음이기에 조심스러워졌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파트너와 멀뚱멀뚱 서서 고민했지만 

의외로 실습때와는 다르게 호의적이며 열심히 가르쳐주려고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의 태도에 

놀라기도 했다. 아. 14일. 3주. 길고도 짧을 것 같은 그 시간, 무섭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NICU 2일째 (DAY)

정신없던 첫날에 비해 둘쨋날에는 약간 루즈해졌다. 

조유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른둥이들이 먹는 양이 정말 구체적이어서 놀랐다. 30이면 30, 35면 35일것 같은데

32를 먹거나, 16을 먹는 이른둥이들의 우유를 만들면서 더 조심스러워졌다. 앞으로 조유도 우리 일이 되겠구나. 

우리가 만든 우유를 갖다 먹였다. 이른둥이들아, 힘내자. 


NICU 3일째 (DAY)

모든게 조심스럽기만한 NICU실습 3일째가 지나가고 있다. 이른둥이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울고 이는 아가들, 

그리고 짧은 면회시간을 이용하여 아가들을 잠시만 만나는 부모님들, 그 순간에도 너무나도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뒤에 멀찌감치 서서 그들의 마음이 되어보았다.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내가 왜 학생으로 여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은 서글퍼졌다. 앞으로 저 산모들보다 나이 많은 내가 

신입간호사로 병원에서 잘 적응해나갈 수 있을까?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는 아기들처럼 한치앞도 안보이는 나의 미래. 


NICU 4일째 (NIGHT)

아가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마음이 아픈 경우가 더러 있다. 엄마와 아가들의 슬픈 이야기,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황당한 이야기들에 마음이 씁쓸하곤 하는데 오늘은 김xx 아가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불쌍한 아가, 집에 갈 때가 되니까 더 축 늘어지고 밥도 잘 못먹는다. 누구나 다 아가를 사랑하고 아가를 어서 데려가고 싶어하지는 않는 다는

그 사실에 마음이 아팠던 나이트 근무였다. 


NICU 5일째 (NIGHT)

집에서 자고 나왔다. 진짜 자고만 나왔다. 

넉넉하게 자고 나왔건만 마치 1시간 자고 나온 것처럼 병원에 너무 자주 오는 기분이다. 

몸도 찌뿌둥 하고, 이래서 나이트가 힘들다 힘들다 하는 건가? 친구들과도 헤어질 때 "언니 오늘 봐~" 라고 하고 

나도 "그래~ 오늘 보자~" 라며 헤어졌는데 정말 금새 본 것같은 느낌. ㅋㅋㅋ 


NICU 6일째 (DAY) 

나이트 실습을 드디어 견디고 주말을 보낸 뒤 Day 실습. 생각보다 몸이 가뿐하다.. 아니, 했다. 

그러나 역시나 시작한지 2시간 만에 조금씩 무거워지는 몸;;;; 정말 쉽지 않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유난히 방문시간에 사람이 많다. 신생아실과 NICU에서 실습할 수록 '여기서 근무하고 싶다' 보다

'아, 나도 예쁘고 건강한 아가를 가져야 할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간호일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때때로 아가들을 안고 우유를 줄 때에는 전에 호주 차일드케어 센터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 물씬 향수로 밀려와 울컥하곤 한다. 


NICU 7일째 (DAY)

쉽지 않지만 희한하다. 조금씩 몸에 익어간다. 딱 1주일이 지났다. 오늘은 컨디션 난조로 부쩍 피곤하다. 

회복한 아가들이 하나둘씩 퇴원한다. 얼른 퇴원하는게 아가와 엄마에게 가장 좋은 일인데 

퇴원하는 아가들을 보니 은근 서운한 마음이 든다. 

선택실습이라며 제대로 정신 못차리고 다녔었는데 어떤 일이든 긴장하고 정신 바짝 차려서 하면 

이렇게 느긋하고 풀어져있는 나도 한창때의 그 모드를 다시 찾고 다시 돌아오는 듯 하다. 이 기분 잊지 말기. 

배고프면 화나고 짜증나는게 인간의 본성인가보다. 아가들도 같은 것을 보면. 

배고픈 아가는 밥외에 어떤 걸로도 달랠수 없음을 알았다. 


NICU 8일째 (DAY)

반이상이 지나간 실습, 선택실습이 이제 익숙해진다. 

친구들도 다들 전반적으로 평온한 모습이다. 

오전중에 올라가기 전, 혹은 오후에 점심 먹고 나서. 세미나 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것은 정말 꿀맛이다. 

다들 그 시간을 너무나 기다리고 즐기며 가장 좋아한다. Recover이 굉장히 빠르게 된다는 것! 정말 큰 장점. 

개인적으로 나는 NICU가 정말 잘 맞아 즐거운 실습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알게 된 것은 

어떤 병동에서 일을 하든지간에 중요한 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이 누구냐 라는 것이지 결코 

일의 성질이 큰 변화를 준다는 기대는 버려야한다는 점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어디냐 무엇이냐 어떻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냐' 였다. 


NICU 9일째 (NIGHT) 

드디어 다시 돌아온 나이트 근무. 몸이 힘들어서인지 마음이 착잡하다. 

나이트보다 더 힘든게 이브닝이라고 하던데 선생님들의 말을 들으니 다음주의 이브닝이 무서워진다. ㅋㅋ 무서운건지. 

기대가 되는건지는 구분이 잘 안가지만. 중환아실을 오가면서 들었던 아가에 대한 꿈은 

점점 커져만 가는 것 같다. 하나님께도 기도하게 된다. 엽산제도 열심히 먹게 된다. 

간식도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된다. 사실 그러면서도 이중적인 마음이 드는 것은, 아기를 갖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포기해야 하고 못하게 됨에 따라 절망하고 속상해할 나를 마주쳐야 함이 두렵다. 


NICU 10일째 (NIGHT) 

오늘은 나이트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 날! 그 말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ㅋㅋㅋ

새벽 네시. 세상이 다 고요하다. 간호사 한분은 이미 바깥방에서 잠에 반 취해계신다. 

동이 터오자 정말 형용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장관이 창문 밖에 보였다. 불현듯 호주 생각이 났다. 

아니, 호주 냄새가 났다. 그립더라. 


NICU 11일째 (EVENING) 

처음해보는 이브닝. 좋구나야~~~~ 그냥저냥 벌써 4시가 되다니. 2시간만 있으면 벌써 저녁시간이다.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지만 그것만 빼면 그런대로 할만하다. 

아, 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몸이 영 안좋아. 나이들면 더더욱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데. 

NICU에서 가장 형인 oo. 다른 애기들 다 퇴원할 때 oo는 혼자 NICU를 무려 4개월동안 지키고 있다. 

이런 oo를 엄마는 매일 찾아온다. 집에서 가장 사랑받을 시기에 병원을 지키고 있는 oo야, 힘내자! 

800g으로 태어나 지금은 어엿한 3kg이 넘는 몸무게를 보여주고 있으니, 네가 앞으로 

못할것이 무엇이 있겠어. :) 


NICU 12일째 (EVENING) 

이브닝근무는 데이근무에 비해 정말 할일이 적다. 그만큼 시간이 안간다... ㅋㅋㅋㅋㅋ

편하... 다고 말할 수도 없으면서 시간도 잘 안가니까 그만큼 이브닝이 더 힘든게 맞는것 같다. 

매일 아침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보내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고 올라오는데 잊어버리고 올라왔다. 

마음이 영 찜찜하여 열심히 글로 기도를 써내려갔다. 

아무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실습도 단 3일 남았다. 별 큰일이 없었지만 그게 더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졌다. 별 큰일 없이 잘 넘겨서 고마워. 


NICU 13일째 (EVENING) 

우와, 길고긴 어두운 터널을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만 지나고 나면 딱 하루 남는다. 

이제 오늘 포함 2일만 견디면 된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그 지적이 그리울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몇몇 날들 오히려 인터셉트하며 가르쳐준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잘 참아낸 나를 

많이 많이 칭찬하고 싶다. 


NICU 14일째 (EVENING) 

어마어마하게 힘든 순간들이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길고도 짧은 14일, 3주였다. 

처음해본 나이트와 이브닝으로 남편 혼자 독수공방에 저녁도 혼자 먹게 했었는데 

이제는 맛있는 저녁 맛있게 챙겨줘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어제 그 늦은 시간에도 우리는 

소파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특별히 퇴근 후 집에 아내가 없어 느꼈던 남편의 심정, 

알게 되어 더욱 마음이 안쓰럽고 미안했다. 

아, 이 많고 많은 아가들, oo, xx, ** ... 특히 ** 아가, 몸의 여러곳이 골절되어 걱정이 많았는데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런지 궁금하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바로 이렇게!!!!! 끝이 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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