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사와 인테리어

#3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타협

lifewithJ.S 2021. 7. 21. 12:26

결혼할 때에는 신랑과 나는 참 비슷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뭔가 생긴것도 좀 닮은 것 같고 

 

우리 부부가 잘 지내는 이유는

- 우리는 크게 싸우는 일이 없다 - 우리 성향이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살아가면서 점점더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참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이기에 잘 지내고 있는 것이라고.

최근의 우리 모습을 보면 그쪽이 훨씬 설득력 있다. 

 

인테리어를 하면서 나는 참으로 이상주의적인 사람임을 다시 한번 인증했다. 

오랜시간을 들여 맘에드는 업체를 선정했다.

가격이 싸서도 아니고, 인테리어가 멋져서도 아니라 인테리어를 하시는 분의 생각

- 집은 사는 곳이고 쉬는 곳이고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

모델하우스처럼 아름답기만 한 집, 어지르면 죄책감이 느껴지는 집이 되어서는 안된다 - 이

나와 너무나 동일했기에, 그리고 상담을 하러 갔는데 참 좋은 분이었다.

견적이 꽤 세게 나왔는데, 소통이 잘되는 댓가라고 생각했다.

다른 업체에 비교도 하지 않고 그 업체로 바로 결정을 했고

집을 새로 꾸밀 생각에 벅차고 신나서 매일같이 인테리어에 대한 소개를 찾아보고

함께 의논하는게 기뻤다. 견적을 갖고 우리 예산집행자 신랑에게 가져갔는데

신랑은 한줄 한줄 꼼꼼히 보면서

 

"이건 무슨 자재를 쓴대? 이건 왜 이런 가격이 나온대?"

"인터넷에 보니 이정도면 되던데 이건 왜 이렇대?"

"다른 곳에서 견적은 받아봤어?" "어디거를 쓰는지는 알아야지" 

 

하나하나 꼬치꼬치 물었다.

나는 어버버 하면서 대답도 제대로 못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괜시리 신랑한테 서운했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찾아보고 또 찾아보고 업체 고르고 디자인도 해보고

생각도 해봤지만 신랑의 현실적인 말들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부분들을 콱콱 찔렀다. 맞다. 찔린 것처럼 그 말들이 좀 아팠다.

그래서 좀 다운이 되었지만 신랑 말이 틀린게 하나도 없어서 할말이 없었다.

솔직하게는 좋은게 좋은거지 하고 좋은 관계로 일을 진행시키고 싶었지만

큰돈을 들여 하는 인테리어를 신랑은 그렇게 허투로 넘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야 하는게 사실 맞고.

그래서 새벽 늦게까지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하다가 잘 타협했다.

현실적인 가격과 하자보수보장, 계약금 지불등 여러가지 현실적 문제는 신랑이,

신나는 디자인과 구성 마감재 선택등은 내가. 그 역할은 그래서 신랑이 늘 해왔다.

나는 이상적으로 보통 최상의 결과를 생각하면, 신랑은 현실적인 결과를 생각한다.

지금껏 그래왔다. 올 수리 인테리어를 진행하다보면 부부싸움이 꼭 한번은 일어난다고 했다.

그래도 이정도면 선방했다.

의견이 엇갈릴 때에는 인테리어하는 목적을 잘 생각해봐야겠다. 

 

행복한 집을 만들자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는 우리이지, 결코 불행하고자 하는 일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