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편입일기

01. 편입의 추억 - 편입공부의 시작 (2012/02/05)

lifewithJ.S 2015. 10. 16. 21:38


Q1. 편입 공부는 언제 시작했나? 
      - 호주에서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대략 마음 먹어 시작한 것은 8월 정도였다. 총 공부 기간은 5개월이라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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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전에 영어 공부는 얼마나 했나? 
      -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영어공부를 참 많이 했다. 영어 교육과 출신에, 영어를 가르치는 직장에 있었으니 영어공부를 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많이 했다. 그래서 시작은 자신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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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시작이 얼마나 어려웠나? 

      -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영어 공부가 아니어서 진짜 어려웠다. 자신감은 하늘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에서 돌아와 한두달을 어영부영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를 다녀온 나는 호주에 마음을 두고 온 사람 같았다. 몸은 한국에 있지만 정신은 아직 호주에 있다고 할까? 

늘 무언가에 빠져서 사는,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사는 것을 느끼는 나에게, 가슴이 호주에 있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한두달을 유학원을 들락 날락하며 비어 있듯이 살다가 현실을 받아들였다. 난 한국에 돌아왔잖아. -_-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열심히 열심히 한국에서의 남은 내 삶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결국 들어선 길이 편입이었다. 그것도 내가 전혀 공부해보지 않은 필드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서른이 넘은 내가 편입으로 대학에서 공부를 다시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잣대로는 미친 짓일지도 모르겠다. 십여년 간을 한 필드에서 학력도, 경력도 차곡차곡 쌓을만큼 쌓아왔다. 그래서 사실 굉장히 위험하면서도 다시한번 내 마음을 뛰게하는 도전이 될 것 같았다. 일단 한번 꽂히면 해야하는 성격, 꽂힌 이상 나아가야만 했다. 좋아! 시작이다! 


   혼자 시작해보니...



시작은 8월말, 여기저기 요강을 먼저 인터넷으로 뒤져봤다. 잉? 머야, 생각보다 많은 학교들이 '영어'를 보잖아? ㅋㅋㅋㅋ 됐다, 이거, 괜찮을 것 같다! 내가 자신있는 것 중 하나가 영어잖아. 영어를 본다면 머, 싶었다. 내가 가려는 과는 인문계열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과인데 영어만 보는 곳이 많았다. 영어나 수학을 일괄적으로 본다고 하니 이걸 이런식으로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 성실성을 평가하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시작했는데, 편입에 대한 최신 정보가 없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제중 하나였다. 서점에 가서 책을 뒤져봐도 정확한 정보는 찾기 어려웠고 인터넷도 한계가 확실히 있었다. 어디서 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솔직히 조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내가 영어 강사를 꽤 했잖아' 라는 쓸때없는 자신감과 자존심 때문에 학원을 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학원에 가면 난..... 노땅 정도가 아니라 완전 최고령 노인네 정도 대우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받을것 같다는 생각에 선뜻 학원에는 가지질 않았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가 맞나보다. 끌어주는 사람 없고 제대로된 정보가 없으니 하는둥 마는둥 된다. -_- 집에 있다가 걍 도서관에 갔다가 머 영어책 좀 보다가 토익 공부도 좀 하다가 그러다가 집에 돌아오고. 그런 생활을 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해서는 머가 될 것 같지가 않아. -_- ...... 어떻게 할까 고민좀 하다가 결국엔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쓸쓸...) 


    학원 노땅 ....   (쓸쓸)


자신 만만하게 가장 가까운 k 학원에 들러보았다. 상담해준다고 나오신 분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시는데 얼굴을 잘 살펴보니 나보다 어려보인다. 음... 머, 그것도 그럴것이 내 나이가 머, 어린나인가. 사회에 나가면 대부분 나보다 어린걸. -_- 암튼, 상담을 해보니 어휘, 논리, 독해, 문법을 따로배운단다. 내가 아는 영어는 포스킬! Four skills 라고 하여 리딩, 리스닝, 라이팅, 스피킹이었는데 색다르게 분류된 4과목이 일단 흥미를 자극했다. 특히 어휘? 어휘를 머 배울게 있을까? 혼자 외우면 되지 -_- 하며 게다가 난 호주에서 방금 왔다고!!!! 하는 생각에 코웃음마저 나왔다. 안다, 내가 생각해도 난 재수없었다. 



원 수업을 듣다가 알게된 것은 우리 반에는 .... 30대가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며, 애초에 30대는 그 수업자리에 앉아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30대가 되었을 때의 일을 소소하게 학생들에게 설명해준다는 것이었다. -_- 


"남자분들은 30대가 되면 말이죠, 다 직장에서 한자리 하고 있어야 해요, 진짜 편입 열심히 해서 직장잡아야 좋은 신부감 얻죠" 

"여자분들은 30대 되어봐요, 얼굴이 어떻게 되나, 지금 좋은 사람 잘 만나둬요" 

헐...................................


뭐, 나이때문에 무엇을 못하고 꿀린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웬지 쓸쓸해지던 날이었다. 암묵적으로 내가 30대임을 알려준 이후에는 다들 쉬쉬하며 조심하시는 듯 하셨지만 뭐... 씁쓸하고 쓸쓸한 것은 어쩔 수 없더라. (너무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스터디에는 당연히 합류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