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편입의 추억 - 슬럼프, 슬럼프, 슬럼프..

[2012년]편입일기

2015. 10. 19. 08:44




슬럼프, 무섭다. 

누구에게나 공부를 하면서 슬럼프게 오겠지만 
빨리 먹으면 체한다고 했던가? 하루 웬종일 앉아있던 나는 누구보다도 이른 슬럼프를 맞았다. 


슬럼프가 무섭다고 생각된 이유는 이게 슬럼프인지 아닌지 구별도 안될 때, 나를 수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하더니 '아! 내가 슬럼프에 빠졌구나!' 라고 생각이 들게 되면 이미 헤어나올 수 없을만큼 빠져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맞다,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게 슬럼프더라. 슬럼프에 빠지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이다. 


나의 슬럼프는 실제로 '체기'가 있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위에서 빨리먹으면 체한다, 그 체기 말이다. 심리적 체기가 아니라 실제로 무언가에 체했었는데 체한 상태에서 책상에 앉아있자니 몸이 계속 벨벨 꼬였다. 결국 첫째시간을 다 듣고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와 학원 독서실에 가서 앉았다. 혼자 체기를 좀 내려가면서 공부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말 그대로 몸이 뒤틀리는 기분이 들질 않겠는가?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힘들어서 그런가보다싶어 집에 가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잤다. 


그런데 이게 체기 맞아? 이런 상태가 무려 2주를 갔다. 책상앞에만 앉으면 몸이 뒤틀리고 아프고 글씨를 읽으려면 머리는 지끈거리고.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을 정도의 (실제로 몸에 이상 증상이 있었다) 산만한 상태가 2주를! 1분 1초가 아까운 편입고시생에게는 2주라는 시간은 단어를 무려.... 몇개를 외울 수 있는 시간이며 모의고사를 얼마나 제낄 수 있는 시간인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깝다. ㅠ_ㅠ 


그럼 어떻게 빠져나왔냐고? 내가 빠져나왔던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도 통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중에 내가 또 공부하다가 슬럼프에 빠질지도 모르니... 나를 위해서라도 적어두어야지. -_- 





1. 아주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있다면 잠시만, 하루나 이틀정도 그 공부와 빠이빠이 해보자. 불안하겠지만 이렇게 하는게 나중을 위해서 더 좋더라. 왜 있을 때 좀 짜증나도 없으면 허전하다고 했던가? 그런 기분, 살짝 느낀다. 딱 하루 이틀만이라도 아예 손을 놓아보자. 그리고 괜찮으니 내가 행복할만한 일을 해보자. 예를 들면.... 블로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야외에서 공부하기. 나는 사실 추운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늦가을이었는데도, 코가 얼어붙는듯한 날씨였는데도 이 방법을 썼다. 


꽤 괜찮더라. 단어집 들고 나가서 맛있는 빵사갖고 밖에 앉았다. 우리 학원 건너편에는 먼 성곽같은게 있어서 거 가서 앉았다. 어떨때는 된장짓도 했다. 스벅스벅질하면서 공부했다. 
머리가 갑갑해서일 수 있으니 밖에서 공부도 한번 해보자. 단 횟수가 많으면 안된다. 인정하자. 스벅질하며 사실 공부를 미친듯이 하긴 어렵잖아. 


3. 운동! 아, 이거 괜찮더라. 사실 이 방법을 알게 된 것은 좀 나중 일이긴 한데 수영을 시작한 이후로 마음의 평정을 못찾을 때, 
뒤숭숭할 때엔 수영을 찾는다. 저녁 한가한 수영장에 가서 몸을 풀고 수영을 하노라면 없었던 평정심이 생겨나고 와서 잠도 잘자고 밥도 잘먹는다. 어깨도 박태환처럼 넓...


4. 정정 공부가 안되면 하루에 단어 하나 정도 외워볼까? 하는 정도로 가볍게 공부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아예 손을 놓자니 죄책감이 들고 할 때는 파고들어 무겁게 공부한다기 보단 단어 암기 정도 수준의 공부를 조금씩 해주는 것도 나쁘진 않더라. 단어 암기는 책상에 앉아 할 필요도 없으니까. 


5. 이게 젤 중요한데, 슬럼프에 빠진 자신을 미워하지 말자. 슬럼프에 빠지게 된 건 결코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님에도 슬럼프에 빠지면 앞뒤 안가리고 비관적으로 돌변하게 된다. 만사가 싫어지고 나는 왜 이모냥이냐며 한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며 특히 좁은 공간에 갇혀 햇볓을 못보고 공부만 파야하는 고시생들에게는 통과의례처럼 나타난다. 내가 슬럼프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더 예쁘게 화장하고 좋은 옷을 입었으며 내 자신을 더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슬럼프를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하고 자신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