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호주브리즈번일기

[2010.8] 이런저런 이야기 -

lifewithJ.S 2015. 12. 30. 11:21


 Bye bye Caroline!

 

체터박스 차일드 케어 패딩턴에 다니면서 그나마 친했던 캐롤린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랫동안 근무한 캐롤린을 위해서 학부형들은 미트파이컵케익등 맛있는 음식을 

잔뜩 해왔다오랫동안 같이 일한 건 아니지만 캐롤린이 간다고 하니 무척이나 

서운했다금요일엔 7시 반부터 4시 반까지 일을 했지만 피곤한 걸 정말 모르고 

시간이 후딱 갔다하루종일 파티하는 분위기였다. 2시 반부터는 진짜 파티가 

있었기에 음식도 많이 먹고 애기들과 뒹굴며 놀았다.

 

 Hello, Hellen!

 

헬렌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말을 해본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

헬렌과 내가 패딩턴에서는 유일한 동양인이다.

사실 childcare center에 유색인종을 찾아보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우연히 헬렌과 같이 일하게 되어 잠시 얘기를 나누어보았는데

난 발음 때문에 중국인인줄 알았더니 베트남 사람이라고 하더라.

호주인과 결혼하여 영주권도 있고일한 지는 거의 1년이 되어간다고 했다.

헬렌은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살짝 놀라면서 자기가 만나본 한국인 중 

가장 영어를 잘한다고 칭찬을 했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기쁘면서도 

착잡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


 

 호주 childcare center에서 assistant로 일한다는 것은

 

호주에서 한국인이 하는 일 중에서 쉬운 것은 하나도 없을 거라 생각된다

스시집에서 스시를 마는 일이든청소를 하는 일이든세차장에서 세차를 하는 일이든 

호주에서 동양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쉽지가 않다

 

Childcare center에서 일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오지 잡이니까 돈도 많이 주고 

내 적성에 맞으니까아이들을 늘 볼 수 있으니까 쉽겠지재미있겠지 하는 

기분으로 가면 금새 지쳐 나가 떨어질 것이다.

오지 잡이기에 한국인 아래서는 느낄 수 없는 미묘한 인종차별의 감정은 

어쩔 수 없이 느낄 것이다.

또한 처음 시작은 일반 호주 assistant보다 더 궂은 일부터 한다

말 못 알아 듣는 줄 알고 천대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늘 열심히 하고 밝은 태도를 보여준다면 그들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차갑게 대한다고 부딪혀보지 않고 혼자 풀이 죽어 버리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면 내가 하는 일의 성격이나 

나의 지위까지도 약간씩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전적으로 담당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리를 다 주기도 하고 새로 들어온 

assistant 들보다 믿음직하게 여기는 것이 이제는 슬슬 느껴진다. 이렇게 노력하여 

이제야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공부 때문에

더이상 패딩턴 체터박스에 못간다는 것이 너무너무 아쉽다.


 

 별것 아닌 것에 너무 예민한 나를 발견

 

절대 그렇게 예민한 성격이 아니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나인데

별것 아닌 것에 서운해하고 예민해지고 감정이 상하는 나를 발견했다. 

더 조심해야지 싶으면서도 스스로 가끔은 절제가 안되도록 마음이 상할 때가 있다. 

먼 땅에 와있는 사람들 모두가 마찬가지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들 무언가 약간 불안한 상황, 마음을 놓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가운데서 

별것 아닌 것에 더 예민해지고 신경이 곤두 선다. 

아, 공부 하면 더 무뎌지겠지 -_- 조금만 참자. 여유를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