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콩알콩알

99. 엄마와 아가의 관계 재정립 [+395]

lifewithJ.S 2016. 5. 9. 14:19





이사온 다음에 엄마가 했던 큰 결심중 하나는, 

엄마가 이 멋진 주방에서 열심히 가족들의 식사를 손수 잘 준비하겠다, 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것은 아가의 밥이다. 

그간 정신없는 일들이 많아 한동안 아가밥을 주문해서 먹였었는데 

이제 만들어서 먹이기 시작한 것. 


정말 작은 일인 것 같아도 아가의 밥을 제대로 챙기는 것 만큼 힘든 일도 없구나 싶어졌다. 뭐, 잘 맛있게 먹어준다면야 그런 수고로움도 '수고'로 안느껴질 것 같다. 


우리 쪼꼬미는 잘 먹긴 한다. 

주면 뭐든 잘 먹는다. 이제 슬슬 분유가 주식이 아니라 밥이 주식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부터는 밥을 먼저, 약간 빈 공간을 분유로 먹이기로 했다. 대략 4~5시간에 한번 먹고 중간중간 간식을 먹기로 하고. 그러나 우리 아가, 왜 분유를 먼저 안주냐며 떼를 많이 쓴다. 그래도 일단 뚝심있게 밀어 붙이기로 했다. 


자신의 의지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엄마와 주원이와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작은 실갱이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밥을 내가 먹겠다' vs '엄마가 깨끗하고 맛있게 먹여줄께' 일 것이다. 

새집으로 이사하고 나서 엄마는 비싸게 깐 마루에 철푸덕출푸덕 이유식이 묻을까봐 최대한 빠르게 엄마가 먹여주고 빠지는 전략을 사용했었다.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그러나 오늘은 정말, 진짜, 지나치게 자기가 먹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이유식을 뱉어버리길래  숟가락을 쥐어줘봤다. 


이걸로 먹으라고?


에라이 모르겠다 손으로 먹는다


우리집에도 인도 남자 하나 추가요 - 손으로 집어먹기 대장. 

자신이 원하는대로 하자 그재서야 신이 났다. 먹는다. -_- 

뒷처리는 엄마 몫이다, 떨어진 밥풀만 주워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바닥에 식판에 한가득이다. 잘했다, 아들. 엄마가 열심히 치울께. ㅠㅠ


에헤라이~ 너저분 하구나~ 엄마가 쪼그리고 앉아 한시간 바닥닦았다~




엄마에게도, 아마도 아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늘 하는 오전 외출. 

외출을 마치며 언제나 들르는 육아지원센터. 엄마는 잠시 쉬는 타임, 아가는 잠시 신나는 타임. 


나는 큰 장난감보다 작은 것들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요


자신의 의지가 없는 아주 아가였을 때에는 엄마가 분명 보통은 신체적으로 힘들었다.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게 생기고 성격이 생기는 바로 이때엔 엄마와 아가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것 같다. 정신적 노동의 시작이랄까, 이제는 더 정신차릴 때인가보다. 우리 쪼꼬미의 성격은 어떤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어떨때 기뻐하는지 어떨때 슬퍼하는지 잘 파악하고 더욱 적절히 반응해야 할 때이다.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여러 전문가 의견도 참고해야겠지만 내 아이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맞춤형 육아를 제공할 수 없을 것이리라. 모두가 똑같은 육아를 할수는 없잖아. 나는 내 아이에게 맞는 나만의 육아를 해야 하는 것. 


아자! 더 힘내서 부지런해지자,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