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보고싶어요. 303

148. 어린이가 된 주원 [+1312]

아들에 대한 기록을 따로 남기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듯 하다. 주원이와 가을이를 함께 묶어 글을 쓰는 동안, 아들은 부쩍부쩍 커간다. 특히 요새들어 크는게 눈에 보일 정도이다. 바지가 짧아지고 옷이 작아졌다. 대견한 녀석. 머리를 짧게 자르니 - 엄마 스타일은 아니지만 - 어린이 같다. 말을 걱정하여 언어치료를 보내던 때가 부끄러워 질만큼 말이 많이 늘었다. 예쁜말만 많이 하는 주원이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 "내 생각에는~ 음~ 엄마 생각은 어때?" 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에이 아빠 치사해~" 라며 그 단어의 뜻을 아는 걸까 싶은 말들도 제법 하여 놀라곤 한다. 말도 보통 많은게 아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주원이 말 많아요~ 할정도로 늘 쉬지않고 쫑알쫑알. 어린이집은 이번 학기에 졸업이지만, ..

[[1270/486] 나 니 오빠야~

월요일은 엄마가 가장 바쁜날이다. 아이들을 서둘러 준비시키면서 나도 준비해야 하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럴 때는 정말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텔레비전의 힘을 빌린다. 핑크퐁을 틀어주고 나는 씻고 화장하고 준비하느냐 정신이 없을 무렵 거실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주원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내가 니 오빠야~" "왜그래~~~" 그리곤 가을이가 낑낑거리다가 우는 소리를 내며 "엄마~~~~" 간절하게 부른다. 슬쩍 머리만 내밀어 쳐다보니 주원이가 가을이를 들었다 놨다 뒤에서 안았다 놨다 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원이를 불렀다. 주원이는 엄청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최시가~ 최시가~ 내가 안아줬는데~ 울어" 자초지정을 들어 내가 판단해보니 가을이가 기분이 안좋아 보여서 (주원이 주관적인 판단) 주원이..

[1225/441] 두 아이가 함께 자란다.

아이들과 굉장히 힘든 여름을 보냈다. 2018년은 병원을 뗄수 없었던 미세먼지 가득한 겨울과 봄으로 시작하여 폭염으로 힘든 여름을 보냈다. 언제 그랬냐는듯 갑작스럽게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 특유의 가을 날씨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식혀주었을 것 같다. 특히 이번 여름 한국을 떠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들들들 볶아 뜨거워져있던 나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약간은 쿨다운 해짐을 오늘 느꼈다. 스스로에게 들볶였던 마음은 약간은 가볍게, 또 약간은 식혀가면서 회복되는 듯 하다. 엄마의 마음이 엄청엄청 어려웠음에도 아이들은 참 잘 자란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이제는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즐거워하는 (여전히 폭풍같은 싸움은 어쩔수 없지만) 단계에 약간씩 들어서기 시작한 것 같다. 첫찌는 첫찌대로 둘찌를 받아들이..

#23 June is back

다시 돌아간 일터는 뭔가 달라졌다. 아니면 내가 달라졌다. 예전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상당히 엄격했던 나는 이제는 아이들 하나하나가 그 집에서 얼마나 귀한 아이일지,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며 대하게 되었다. 개구쟁이는 개구쟁이대로 귀여웠고 열심히 하는 녀석은 그대로 또 예뻤다. 우리 주원이가, 혹은 가을이가 나중에 선생님한테 어떤 학생이 되든 선생님이 사랑으로 가르쳤으면 하는 바램이 마음속에 피어난 만큼 나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기본적인 자세가 나의 OWN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야 진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 첫수업이었는데, 새벽같이 일어나 우리집 두녀석 준비시켜 어린이집 일찌감치 보내고 택시를 타고 가서 정신없이 수업을 하고 뛰어 택시를 타고 돌아와 우리집 두녀석..

일상 2018.06.19

#22 폐차

어떤 물건이든, 어떤 동물이든, 어떤 사람이든 나이가 들고 많이 사용하면 언젠가는 쉬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우리집 차는 올해로 19년을 탄 차였다. 엄마 아빠가 그 차를 처음 사셨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 전까지 타던 차가 고장이 많고 말썽이 많아 새로산 차는 참으로 반가움 그 자체였다.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차를 사야 하긴 하는데, 하던차에 초보운전인 우리 신랑을 위하여 아빠는 자연스럽게 그 차를 우리에게 넘겨주셨다. 그렇게 주원이를 아산병원에서 데려오던 날, 그리고 몇차례 신랑이 차를 긁어먹기도 하고, 가정교회 식구들을 태우고 여기저기 다니고, 배기량이 많아 안전성평가 시험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그리고 또 가을이를 아산병원에서 데려오던 날 까지, 4,5년새의 수많은 일..

일상 2018.05.14

#21 일하는 엄마, 멈춰있는 사람

나의 호칭에 "엄마" 라는 말이 하나 더 추가되기 시작한 날부터 고민했던 문제, 일하는 엄마가 될 것인가 였다. 지금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작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벌써 맡겼다고 이야기하면 주변 많은 사람들이 "쯧쯧, 아이가 그렇게 어린데 왜 벌써..." 라고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제가 일을 해야해서요" 였다. 사실, 그 말에는 모순이 있다. "해야해서" 는 아니다. 지금 우리집남자1이 우리 네식구 함께 사는데에 큰 모자람이나 불편함 없이 벌어오고 있는데, 내가 꼭! 이 순간에 일을 "해야" 하느냐, 사실 그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멈춰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세상은 변해가고, 내가 키우는 아이들은 커가고, 모든것이 움직이고 있는데 왠지 집..

일상 2018.05.11

[1121/336] 이렇게 저렇게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가을이가 입원을 하는 바람에, 4월은 그냥 통째로 날아간듯한 느낌. 그래도 가을이는 무사히 퇴원을 잘 했고, 퇴원후에는 오빠에게 감기가 옮아 누런 코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ㅠㅠ 약을 오랫동안 먹고 있다. 이제야 감기도 겨우 잡혀가고 있다. 너는 얼마나 오랫동안 약을 먹고 있는거니. ㅠㅠ 주원이가 처음 감기를 앓기 시작하여 시은이에게 옮기고 두녀석다 감기로 골골 하다가 결국 엄마도 옮았다. 이쯤되니 엄마가 감염관리를 잘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ㅠㅠ 4월은 아이들 약먹이다가 끝난 한달, 5월의 시작은 내가 약먹기 시작한 달. 한달을 아이들의 울음과 짜증과 나의 날카로운 신경으로 마의 4월을 보내고, (눈치보며 아이들을 함께 돌보았던 신랑과 친정 부모님에게..

[1100/315] 생일, 그리고 입원

주원이의 세번째 생일이 돌아왔다. 기분좋게 일어난 주원이에게 무엇이 먹고 싶냐고 물으니 고기와 달걀후라이가 먹고 싶다고 했다. 집에 있는 삼겹살을 에어후라이어에 넣어 구워주고 달걀을 부쳐줬다. 가을이는 간밤에 열이 많이나서 애를 많이 태웠다. 해열제를 두시간에 한번씩 교차투여해도 떨어지지 않고 밤새 물수건으로 닦고 할수 있는 것은 다 했지만 열이 떨어지지 않고 39도 40도를 왔다갔다 했다. 둘째 엄마라고, 예전 주원이 때는 이럴 때 들쳐메고 응급실로 뛰곤 했는데, 가을이는 어제 병원가서 열감기 진단을 받았으니 일단은 잘 노는 이상 해열제를 먹이며 조금 지켜보기로 했다. 생일날 아침상을 든든하게 먹은 주원이는 어린이집으로 뛰어들어갔다. 가을이는 집에서 데리고 있기로. 한두시쯤 되었나, 그때까지도 열이 안..

[1067/282] 어린이집 적응기 - 2주차

[어린이집 6일차] 아침에 일어났는데 큰 아들이 어린이집에 호의적이다. 안가고 싶단 말도 안하고, 그 여세를 몰아 후딱 옷을 입히고 나이킹(큰아들 발음) 운동화를 신켜 집앞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니 큰아들은 역시나 후다닥 들어간다. 엄마를 돌아본적도 없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둘째 딸은 주말새 어린이집을 까먹은 모양이다. 낯설어서 계속 엄마한테 붙어있었다. 30분 자리를 비우기 시도를 했는데 안녕하고 가는 순간부터 벌써 입꼬리가 실룩 거리면서 울듯 말듯. 30분뒤에 가보니 이미 대성통곡 중이셨다. 얼른 받아 안고 집으로 데려왔다. 12시가 되어 가을이를 데리고 아들 데리러 어린이집을 갔더니 어린이집이 조용하다. 큰 아이들이 아침산책을 나갔단다. 순순히 옷을 입고 따라나설 아들녀석이 아닌데 잘 갔다고 하니 일..

[1063/278] 어린이집 적응기 - 1주차

[어린이집 1일차] 아들은 아마 키즈카페에 온 줄 아는 것 같다. 친구들을 목말라 했기에 그런지 엄마가 잘 안보여도 잘 놀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 것 같다. (멀리서만 봐서 그렇게 보인다.) 딸램은 여기가 어디냐며 엉엉 울었다. 엄마가 뒷모습만 보여도 울었다. 여기는 갈길이 멀 것 같다. [어린이집 2일차] 어린이집 가자고 하니 졸린 눈을 부비고 얼른 일어나는 첫찌. 친구들이 기다린다며 가방도 스스로 메고 얼른 집을 나선다. 왠지 느낌이 좋다. 어린이집에 가니 아들은 어김없이 자기 반으로 후딱 들어간다 - 아들하나 적응시키려고 왔으면 뭔가 서운했을 것 같다 - 서운할 틈 없이 둘찌 가을이가 또 선생님을 보고 울어준다. 엄마 살만 떨어지면 울어대니 엄마가 오빠를 보러갈 틈이 나질 않는다. 언뜻 보니 잘하..